겨울철 씨뿌리기가 끝나고 축제 준비가  한창일 몌프티나가 나를 찾아왔다. 얇은 검정 드레스 한벌만 입고 지역 전통주를 들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 매혹적이었다. 나는 정중하게 물었다.


 "불편한 점은 없소?"

 "네…. 폐하 덕분에 모든 것이 좋습니다."


  그녀는 만들어진 듯한 딱딱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 여전히 근심과 걱정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가 숨기기 원하는 듯하여 모른척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만하시오."

 "아닙니다. 모든게 정말로 편하고… 데이지 하사도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그녀가 세세한 점까지 신경 써주는 덕분에 불편한 점 하나 없습니다."


  데이지 그라프바인 하사는 카디안 44연대 출신의 부사관으로서, 부대의 몇 안되는 여성 간부였다. 나는 밝고 쾌활하다는 평을 듣는 그녀가 예프티나의 호위역 겸 말동무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17년 경력의 베테랑 군인에게는 모욕적일 수도 있는 부탁이었지만, 데이지 하사는 고맙게도 기꺼이 맡아주었다.


 "다만 그녀는 폐하에 대해선 잘 모르는 듯하여…"

 "나에 대해서? 그럴만도 하지. 데이지 하사는 본래 내 직속이 아니니까…….

 나야 특별한것 하나 없는 그저 늙은 군인일 뿐이지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리다."

 "아닙니다……."

 "자, 뭐든 괜찮으니 사양하지 마시오. 뭐든 정직하게 대답하겠다고 맹세하지. 내 명예를 걸고."


  나는 나 자신에게 명예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저 은하 변방에서 썩어가는 늙은이니까. 하지만 봉건 사회에서 이러한 맹세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녀는 치맛주름을 잡고 한참을 망설이더니, 내가 연이어 부추기자 아주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에 대해? 나의 손님이고, 빌렘 1세의 딸이며 루리스탄의 어린 영주이지."

 "영주는 아니지만……."


  그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데바의 지역법은 여성의 작위 상속을 인정하지 않는다. 당분 간은 궁재(宮宰)가 임시로 영지를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녀가 가문을 잇기 위해서는 모계 결혼을 통해 남자 아이를 낳아야 했다. 나로서는 가문이니 영지니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전통이라는 것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안타까워도 나로서는 어떻게 해줄 수 없다.


 "그게 아니라…"


  그녀는 쭈빗쭈빗, 웅얼거리며 망설이다가 고개숙였다.


 "제가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으음? 그대는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하오.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텐데."

 "그렇다면, 그렇다면 왜 제 방에는 오시지 않으십니까? 저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나는 한참만에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소르라치게 놀랐다.


 "당신은… 당신은 나의 손님이오. 노예가 아니란 말이오."

 "폐하는 제가 봉사하기에 마땅한 분입니다."


  그녀가 일어서서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길이 그녀 자신의 어깨를 스치자 비단 드레스가 물에 씻겨 내려가듯 사라졌다. 목덜미부터 아래로 흐르듯 내려가는 유려한 곡선과 긴 머릿결 사이로 언듯 보이는, 성야(聖夜)의 어두운 거리에 쌓이는 하얀 눈결과 같은 피부는, 아름다움을 넘어서 일종의 예술적 고귀함까지 느끼게 하였다. 나는 그녀의 눈 아래를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며 뒷걸음쳤다.


 "이러지마시오. 나는, 나는 그저 퇴물 군인일 뿐이오."

 "폐하의 성유물이 당신의 고귀함을 증명합니다. 황금 월계수가 황제 폐화의 권위를 상징한다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장교모의 황금 월계관도, 총독이라는 임시직도, 중대장 직위나 제국의 로드로서의 권위도 모두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었다. 모두 잠깐 빌려온 것이고 모두 잠깐 맡겨진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걷어내고 나면 나라는 사람은 그저 늙은 군인,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퇴물 노병일 뿐이었다. 나는 내 어깨를 감싸는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다.


 "진정하시오.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그건… 제가 더럽기 때문인가요?"


  처음으로 그녀의 말투가 무너졌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다른 남성에게 욕보였기 때문에?"

 "아니야.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깨끗하다고 생각한다오."


  물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하자 그녀를 품에 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뭔가 말하려 하더니, 결국에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한참을 울고 내 옷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나서야 까까스로 진정한 그녀는 내 망토를 둘러 나신을 가렸다.


 "무슨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시오. 사정을 모른다면 협력 할 수가 없으니." "그게… 아시다시피, 저희 가문에서 남은 이는 저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더렵혀진… 몸이고 아버지는 역적으로 처형당했어요."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젖어있었다.


 "영지를 이을 사람이 없습니다. 가문을 이어야해요. 가능한 고귀한 사람의 자손으로…"

 "나는 딱히 고귀한 사람이 아니야. 나이도 많지."

 "폐하는 분쟁을 평화롭게 처리하셨고 기사도적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폐하의 자식이라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겁니다."

 "나는… 그대의 할아버지 뻘이오. 더 젊고 좋은 사람이 있을텐데……."

 "역적의 더럽혀진 딸을 받아주는 이는 드물겁니다."


  그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실례했습니다, 폐하. 이제 물러나보겠… 꺅?!"


  내 품에서 떠나려는 그녀를 나도 모르게 잡아당겼다. 나 조차도 놀란 일이었다.


 "폐하?"

 "나는… 그게…."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나를 그녀는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물에 씻은 구슬처럼 반짝였다.


 "말씀하세요."

 "나는 늙었고, 군인이오."


  그녀가 약간의 기대감을 담고 그렇게 말하자, 나도 모르게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내가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언제 죽을지도 몰라.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자신도 없어. 그래도 좋다면."

 "제게는 아이만 있으면 됩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그녀 자신을 가린 망토를 걷어냈다. 나는 옳지 않다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명분과 기회가 갖추어지자 얄팍한 인내심의 벽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니, 결혼합시다."

 "네…?"


  놀라는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우리는 그해 황제탄신일 축제 때 결혼식을 올렸다.

  나는 가능한 많은 시간을 예프티나와 함께하려 애썼다. 그녀는 아무래도 마음의 짐을 덜어낸 덕분인지 예전보단 밝아졌다. 내가 간혹 조급한 기색을 보이는 그녀에게 "조급해하지 마시오. 밤은 오늘만이 아니니까."라고 할 때마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종군한 수 많은 행성들, 특히 내 고향인 코어-3의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지루할 법도 했지만, 고맙게도 그녀는 눈을 빛내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때때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가끔씩 믿을 수 없다고 작은 투정을 부리면서도 그녀는 웃었다. 그녀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섬과 바다에 관한 이야기었다.


 "소금물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데바에도 강과 호수가 있잖소."

 "그건 소금물이 아니니까요. 소금호수에서도 생명이 살 수 있나요?"

 "그런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생물도 많지. 방패만큼 단단한 껍질로 몸을 두른 거북이나,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는 범돌고래라던가, 빛나는 무지개처럼 갖은 색을 가진 산호…"

 "무지개는 뭐죠?"

 "일곱가지 색을 가진, 반원형으로 빛나는 다리 같은 것이지. 바다에서 비가 내리면 간혹 보이곤 한다오. 사람은 아무리 쫓아가도 닿을 수 없지만 무지개에 닿은 사람은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더군."

 "저도 언젠가 볼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우리는 종종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나의 군역이 끝나는 날, 그녀를 코어-3에 데려다주겠노라 약속했다. 하지만 전투병과라면 누구나 그렇듯 신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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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

 반란이 허무하게 종식된 후에는 한동안 주둔지 공사와 행정 업무 양쪽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주둔지 전용 발전 시설과 냉각 시설 건설이 완료되었을 때에는 한달이 훌쩍 지났고, 어느 정도 업무가 정리된 후에는 또 한달이 지나 있었다. 그 즈음에는 편의시설 설치도 끝날 무렵이었으므로 휴식을 겸해 상태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간부 휴게소에는 하사부터 소대장까지 북적거렸는데, 어떻게 구했는지 술을 반입한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 곳에서 네 명의 간부들과 포커를 쳤다. 러프라이더 분대장인 콘스탄틴 슈미츠 중위는 조금 화가난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저는 백여명의 기병을 이끌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그는 술잔을 들고 투덜거렸다.

 "저의 고향에는 외계잡종들이 득실거렸는데, 저는 병사를 이끌고 그놈들을 유린하며 다녔습니다. 제 붉은 장식들은 잡종들의 피로 세탁하기 전까지는 본래 푸른 색이었단 말입니다. 그러다 외계인의 씨가 마르자 임페리얼 가드에 지원한 겁니다."
 "이런, 또 시작이군."

 예리코 중위가 나즈막히 혀를 찼다. 그는 레틀링치고는 건방진 인물이었다.

 "지금은 고작 십 수기만을 이끌고 있지만, 마자르 전역에서 중대 규모의 기병 돌격이 있었을 때 저도 그 곳에서 병사를 이끌었습니다. 비즈로에서 뾰족귀(*4) 놈들의 급습을 받았을 때 후미를 방어하며 반격의 돌파구를 찾아낸 것도 저였습니다. 엠브리엄 게이트에서도 대규모 돌격을 이끌었지요. 그때의 흙먼지가 그립군요. 그에 비하면 여기는 너무 평화롭습니다. 이런 촌구석에서 썩을 인간이 아니란 겁니다!"
 "빨리「가장 인상 깊었던 전투」에 대해 물어보십쇼. 테이블 부서지겠습니다."

 슈미츠 중위가 테이블을 두들기기 시작하자 예리코가 빠르게 속삭였다. 나는 기꺼이 그 말에 따랐다.

 "가장 인상적이라… 가장 인상적인 적수는 에스비잔 늪지대의 '진흙 괴물'이었군요. 수 많은 전투에 종군했지만 그런 특이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슈미츠 중위는 눈을 빛내며 떠들었다.

 "그 주변 지대에서는 병사나 소분대의 실종이 잦았는데, 며칠 뒤에 목 없는 시체들이 발견 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겁쟁이놈들이 진흙 괴물이라는게 살고 있다며 겁먹고 줄행량을 치기 시작하더랍니다. 제 고향인 라익스-알바도르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은 일이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제가 보다 못해서 '그래, 괴물이 있다면 내가 잡아오고 없다면 없는걸 증명해보마.'하고 장담하고는 소대를 이끌고 며칠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오토캐논처럼 떠들었다.

 "그러다 괴물을 발견했다는거죠?"
 "그렇지?"

 예리코가 부추기자 그는 무릎을 쳤다.

 "이게, 어느날 진로를 바꿔서 정찰을 하는데, 오크란 높들이 진흙을 바르고 포복해서 숨어있더란 말이야. 보는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 오크치곤 제법 머리를 굴렸지만 내 눈썰미가 놈들보다 한 수 위었다는게 그 놈들의 불행이었지. 그래서 마냥 그대로 말을 달려서 밟아버렸어. 놈들이 백여명의 병사들을 죽였지만 결국 내 창 끝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거야."
 "오크가 위장이라고?"

 내가 말했다.

 "오크 코만도라고 불리는 놈들인데, 저도 두어번 잡아봤음죠."

 예리코가 웃었다.

 "아주 교활하고 야비한 놈들이죠. 아주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들입니다. 잘못하다간 큰 피해가 나기 쉽상입니다. 대개는 높으신 분들이 교리만 믿고 경고를 무시하지만 말입니다. 아니, 뭐, 나으리 같이 아주 뛰어난 지휘관님들은 이런 친구를 시켜서 처리합니다만."

 예리코가 버나드 녹스 대위를 가리켰다.『스푸키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병적으로 창백한 얼굴이 인상적인 과묵한 파일럿이었다. 그는 임페리얼 네이비에서 나의 부대로 파견된 이후로 입을 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랬다.

 "어떻게?"
 "간단하죠. 건쉽을 몰고와서…"

 예리코가 오른손으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흉내를 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콰광! 숨어있는 곳 통째로 날려버리는겁니다.
 …그게 여의치 않을때는 저 같이 총 꽤나 쓴다는 시정잡배가 투입됩니다만, 저 같은 레틀링, 하다못해 저기 사기꾼 제미니 같은 자격수라도 없는 상황이라면 아주 안좋슴죠."
 "대단한 이야기로군."

 위장하는 오크.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었다.

 "그래, 싸우는게 좋은 거라면 자네들에게 이런 변방은 아주 고역이겠구만."
 "말도 마십쇼."
 "그럼 다들 자원해서 온건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레틀링인 예리코도 그렇다는 것은 의외였다. 내 시선을 눈치채고 예리코가 손을 내저었다.

 "아, 왜 이러십니까. 총검 돌격을 하라면 아주 그냥 내빼겠습니다만. 소인네는 저격수 아닙니까. 멀리서 오리사냥하는데 겁먹을 필요 없음죠."
 "그래도 자원이라니, 대단하군."
 "중대장님은 안그러십니까?"
 "나는… 아닐세."
 "그럼 어쩌다 여기 계시는 겁니까?"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저,

 "글쎄, 적어도 이곳에 있길 바란 적은 한 번도 없다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


※콘스탄틴 슈미트 Konstantin Schmidt ...... 45 pts

WS

BS

S

T

W

I

A

Sv

Ld

4

3

3

3

1

3

3

4+/5++

8


*Type
Cavalry (Character)

*Wargear
Hunting Lance, Power Sword, Reflector Shild, Carapace Armour, Flag Grenade, Krak Grenade

*Special Rules
Sturborn, Skilled Rider, Knight and Honour

Knight and Honour : 콘스탄틴 슈미츠와 그의 분대는 모두 라스피스톨 대신 CCW(Close Combat Weapon)를 장비하며, 플랙 아머를 카라페이스 아머로 업그레이드 한다. 콘스탄틴 슈미츠가 살아있는 동안은 그의 분대는 챌린지를 거절하거나 근접전 상황에서 후퇴할 수 없다.

 "포위 당했다고? 적들에게? 맙소사, 이런 맙소사! 알아서 죽으러 와주다니! 이렇게 쉬운 싸움이 또 어디있겠나! 제군들, 나를 따르라!"
 - 콘스탄틴 슈미츠, 비즈로 숲의 전투


 콘스탄틴 슈미츠는 제국의 페랄월드인 라익스-알트도르프 출신의 봉건 기사입니다. 그는 수 많은 외계종이 인류를 위협하는 라익스-알트도르프에서 수 많은 외계인들을 학살하였으며, 남김 없이 씨를 말렸습니다. 외계종을 최후의 한 마리까지 근절한 후, 그는 그대로 임페리얼 가드에 자원했으며 숱한 전투해서 승리했습니다. 그의 기사도는 궁지에 몰릴수록 빛이 날 것이며, 외계인들은 결코 그의 명예를 더럽힐 수 없을 것입니다.


※용감한 예리코 Brave Jerico ......15 pts

WS

BS

S

T

W

I

A

Sv

Ld

2

5

2

2

1

4

2

5+

8


*Type
Infantry (Character)

*Wargear
Flak Amour, Sniper rifle, laspistol

*Special Rules
Infiltrate, Stealth, Shoot Sharp and Scraper, Twinkle Badges

Twinkle Badges : 예리코가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다니는, 반짝반짝거리는 훈장들은 그의 컬렉션 중 일부입니다. 그는 언젠가 이 훈장들을 팔아서 한적한 곳에 농장을 살 생각을 할 때마다 용기가 셈솟습니다. 예리코는 모든 실패한 리더쉽 체크를 다시 할 수 있다. 

 "예? 아주 잘못들었슴다? 저기서 저격하란 말슴이심까? 지금 제가 사시눈깔 카타찬 새끼들처럼 보이십니까? 저 정도 거리라면 오그린도 스나이퍼가 되겠습니다만?"
 - 예리코, 400미터 거리에서 저격을 명령받은 후

 예리코는 문명행성이자 레틀링의 홈월드인 온스월드에서 징집된 레틀링 병사입니다. 깐죽이 본능을 천성적으로 타고난 그는 카타찬을 상대로 개기며 담력과 전투능력을 길렀습니다. 그 후의 깐죽거림의 대상은 소대장이 되었습니다. 항명과 장난의 적절한 경계선을 학습한 후, 깐죽거림은 그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리코가 아군의 앞에서만 용감한 것은 아닙니다. 그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도주한 적이 없는 레틀링이라는 점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버나드 ' 스푸키보이' 녹스 Barnard 'Spooky Boy' Nox......30 pts

WS

BS

S

T

W

I

A

Sv

Ld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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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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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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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Vehicle (Flyer, Hover, Transport, Character)

*Special Rules
Grav Chute Insertion, Fighter Aces - Inspiring Presence, Crack Shot

 "명령만 내리십시오."
 - 버나드, 론V 게이트 진격전


 버나드는 카디아 출신의 창백한 얼굴의 병사입니다. 특이하게도 그는, 다른 카디아인들과는 달리 무언가를 조종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습니다. 그런 그가 임페리얼 네이비로 차출 된 것은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발키리 파일럿으로 훈련 받은 후, 그는 그 유명한 스투른 장군이 이끄는 제 412 카디안 연대의 카스르킨 전담 파일럿으로 배속되었습니다. 그는 제 412연대의 주력부대가 론V의 사이킥 게이트로 향하는 동안 미끼역할을 맡아 눈에 띄는 성과를 냈으며, 발키리와 벤데타를 갈아타며 뛰어난 활약을 보인 덕에 커미사리엣의 눈에 띄었습니다. 덕택에 론V 전역이 승리로 끝난 후에는 곧장 커미사리엣으로 파견되었습니다. 버나드 녹스는 아주 뛰어난 파일럿이며, 특히나 탱크 헌터로서 명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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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

 2주 후에, 나는 데바에 도착하였다. 데바는 매우 험준한 화산 행성으로 평균 기온이 36도나 되는 습한 곳이었다. 행성 전체를 덮은 옅은 안개는 항시 고온을 띄고, 시야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골칫거리였다.

 그 날이라고 딱히 다를 것은 없어서, 수송선의 해치가 열리자마자 연기가 깔리듯 자욱한 안개알들이 스멀스멀 출입구를 타고 올라왔다.

 "끔찍하게 끈적거리는구만."

 짐을 내리느라 분주한 병사들을 내버려두고, 아케이 벨로스 바이트베버 준위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입대동기이자 평생에 걸친 친우였으며 내 수족과도 같은 믿을만한 장교였다. 그런 그가 아련한 눈을 하고 말했다.

 "고향의 여름 생각이 나는군. 밤이면 이렇게 해무가 끼곤 했는데……."
 "언젠간 돌아갈 수 있을거야."
 "그렇다면 좋겠는데 말이야……."

 동향 출신인 만큼 내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았지만, 바닷가 출신인 그는 더욱 각별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병사들 앞에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화제를 돌렸다.

 "자네, 행성에 관해 브리핑한 내용은 기억하고 있나?"
 "어… 기온이 염병 높은 화상 행성이고… 물이 풍부한 행성이지만 대부분 지하수와 안개의 형태로 분포하는데… 뜨거운 안개가 사람을 사우나에 처넣은 돼지국밥으로 만들어서…"
 "체내 수분의 배출을 가속화해서."
 "그게 그거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외부에서 3~4시간 활동한 후에는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적대환경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부대 내 장비 보유량이 얼마 없으므로 소수 인원만 파견한다. 뭐 그런 내용아니었나?"
 "뭐, 그걸 물어본 건 아니지만 정답이야. 그런데, 그렇게 잘 알면서 자네 장비는 어디로 갔나?"
 "안그래도 더워서 입을 생각이었어."

 내 핀잔에 아케이는 투덜거리며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내가 물어본 것은 행성의 문화에 관한 것이었네."
 "그냥 요약하면 낙후행성이라는 것 아닌가? 그런건 왜?"
 "복습을 겸해서 말이야. 이제 나는 행성 원로들을 만나러 가볼 생각이니, 자네는 병사들을 관리하고 있게."

 헬멧 안에서 그의 눈동자가 빛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케이가 유쾌하게 말했다.

 "각하. 수행원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자네는 최고선임 장교잖아."
 "내가 없어도 알아서 할 일들 다 하는 녀석들이야. 나 말고도 부사관들이 있어."
 "명령이라면?"
 "명령대로 각하를 수행할 녀석들을 뽑아오겠습니다!"

 아케이가 장난스럽게 경례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 쉬었다.

 

 "자네, 보나마나 행성의 문화에 대해서는 듣지도 않았나본데."
 "상관 없어. 어차피 자네 뒤에 서 있기만 할텐데 뭘. 나는 총독 환영 파티에서 케이크나 집어먹으면 되지."
 "나는 상관 있는데다가, 환영 파티 같은건 없어."

 나는 키메라 장갑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아케이를 붙잡고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데바에는 제국의 직접적 지배를 받는 식민 이주민들인 루시타이나인들과 유목농경 생활을 하는 아인간(*1)족인 라서르탄(Lacertan), 두 부류의 인종이 존재하고 있다. 루시타니아인들은 총독의 지배를 받는 행성수도 루시타니아를 중심으로 12개의 성채 도시에 흩어져 살고 있고, 각각 세인(Thane)이라 불리는 봉건영주의 지배를 받는다. 현재 데바에서 일어나는 내전은 이 12개 도시가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이며, 라서르탄과는 관련이 없다. 라서르탄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의 중대장으로서의 첫 목표는 하나, 충성파 영주들의 만나 행성의 통치권을 인수하고 전황을 파악하며, 둘, 시민들을 징집해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고, 셋, 가능한 빠른 시일내로 내전을 진압하는 것이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추가 병력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이름만 중대일 뿐, 8개 분대 5개 중화기반이라는 소대 구성을 그대로 유지한 보병진으로는 중대급 임무 수행에 지장이 있었다. 따라서 이들을 보조할 예비대 구성이 가장 시급했다.

 그런 나의 취지를 충성파 영주들에게 전달했을 때, 그들은 원탁에 앉아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의 대표역인 가이우스 실리우스가 나서서 말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Your Majesty), 지난 습격으로 인해 토지가 황폐해졌을 뿐만 아니라 식량 창고를 약탈 당했습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노동력을 징발해서 이번 콩 수확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극심한 식량난이 일어날겁니다."

 지난 습격이란 총독이 살해당한 전투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충병력이 필요하다. 전쟁 중인데도 최소한의 방어병력도 없더군."

 오면서 살펴본 PDF(*2)는 지치고 맥이 빠진데다 숫자조차 부족했다. 수와 질 양쪽이 모두 부족하다면 가장 먼저 채울 수 있는 것은 머릿수이다.

 "그것은 자유민들을 해산했기 때문으로… 수확기만 무사히 넘긴다면 병력은 다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사전 브리핑에 따르면, 이 행성은 봉건 행성인 만큼 조세와 군역에도 봉건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영주의 아래에는 자유민인 체얼(Ceorl)과 최하층 계급인 농노(Serf)가 존재한다. 농노에게는 많은 제약과 인권적이 따르지만 대신 군역이 면제된다. 재산 소유가 인정되는 자유민 만이 자경(自警)과 병역의 의무를 가진다. 내 지식이 틀리지 않았다면 반란군 측의 자유민도 귀향했을 것이므로 양쪽의 병력이 모두 줄었을 것이다. 수확기가 끝날때까지 대치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떠련지. 저쪽은 군량에 여유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 점만 믿고 자유민들을 묶어두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쪽 병력이 줄어든 이때는 총공세를 펼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기도 하다.

 잠깐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곤란하군.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로 반란을 진압해야한다."

 혼란은 짧을 수록 좋은 법이다. 무엇보다 적에게 전열을 재정비 할 시간을 주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전쟁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고, 특히나 적이 충분한 식량을 비축한 후 유격전 형태로 나올 경우에는 한정된 병력만을 가진 우리 중대로서는 대응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군사적 무능함에 따른 처벌을 받을 것이고 행성 주민들은 게릴라 색출을 위해 무차별로 청소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상황을 너무 질질 끌게 된다면 처형당하는 것은 반란분자가 아니라 자네들이 될거야."
 "그런 말씀을 하셔도 먹을 것이 없어서는 싸울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수긍하고 나섰다.

 "그럼… 영주들이 군비를 부담해줄 수는 없는가? 원하는 조건을 걸겠다."
 "불가능합니다. 저희들에게도 남은 양식이 없으니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난 분명 '내전이 거의 진압되었다'라는 보고를 받았는데, 그건 반란군이 이기고 있단 말이었나?"
 "어떤 훌륭하신 총독님께서 반란 방지를 명목으로 저희의 군량미도 한거번에 관리하셨기 때문에."

 이들은 전임 총독에 대한 반감을 전혀 숨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폐하께서 군공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내전은 금방 종결될겁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만한게 없지. 이야기해보게."

 가이우스 실베루스의 이야기는 반란 발발의 계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전임 총독인 루시우스 타르퀸이 루리스탄의 영주, 빌렘 1세의 딸 예프티나를 욕보인 것으로 빌렘 1세가 봉기하자, 평소 비리와 폭정에 불만이 쌓여 있던 다른 영주들과 농민들이 합류했다. 그들의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란 만은 안된다는 영주들은 총독의 소집령에 응했고 양측의 충돌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쪽 편은 반란의 명분인 총독이 사망했고, 저쪽 편은 반란의 구심점인 빌렘 1세와 그의 아들들이 사망함으로서 내전은 지지부진하게 끌게 되었다. 하지만 신임 총독이 이들을 사면한 뒤 선정을 베푼다면 이 한심한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거란 이야기었다.

 "마지막으로 이는 저희 모두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실베루스의 마지막 덧붙임에, 나의 뒤에서 부동자세로 침묵하던 아케이가 발끈했다.

 "이 자식들이! 어디서 협박질이야!"
 "협박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저들에게는 심정적으로나마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역자 새끼들이…"
 "아케이, 됐네."

 총을 뽑으려는 아케이를 제지했다.

 "자네들, 불만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군?"
 "선왕께서 워낙… 탐욕스러운 분이셨으므로."
 "흠…. 선택의 여지를 안 줄 생각인가?"

 실베루스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반쯤은 도박인 셈이다. 로드 커미사르의 모든 권한을 주겠다는 언약을 받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대리. 어디까지 자율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무능한이라고는 하나 총독은 제국 질서의 상징이다. 총독에 대한 반역은 곧 제국에 대한 반역인 것이다. 그냥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 크게 발전했다.

 "적어도 반란군의 항복이라는 형식은 갖춰야 할 걸세. 사면령을 발표한다고 한들, 저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내려놓고 용서를 빌 수 있겠나?"
 "그 점은 문제 없습니다."

 실베루스가 단언했다.

 "제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반역자에 대한 엄벌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이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그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이 반란은 연극인 셈이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국의 영토는 넓고, 때론 데바처럼 제국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도 있다. 이렇게 중요도가 떨어지는 변경 지역에는 제국 직할 관리가 파견될 때까지는 몇십년이 걸릴지 모른다. 제국에서 조사관을 파견해서 비리를 수사한다는 방법도 있지만… 일개 소대장이 총독 대리로서 파견될 정도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행성까지 인퀴지터 혹은 그에 준하는 조사관이 파견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탐관오리의 폭정을 견디다 견디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게 된 행성민들은 자신들의 힘을 총독을 축출할 계획을 세운다. 희생 역을 맡은 반란군 지도자들이 민중을 이끌어 총독을 제거하고, 충성파 역을 맡은 이들은 형식적으로 이들과 대립하며 충성을 보인다. 총독이 사라진 후, 반란군은 충성파에게 진압을 당하고. 반란군 지도자들이 처형이라는 형식으로 산제물이 되면 행성은 다시금 제국 영토로서 평화를 되찾는다.

 굳이 그들을 진정 처형할 필요도 없다. 빠른 시일 내에 반란이 진압되고, 누구의 시체에든『반란군 지도자』라는 칭호를 붙여 증거로 제시하기만 한다면 제국의 입장으로서도 굳이 이런 사소한 분쟁 따위에 깊이 관여할 일이 없다. 오히려, 신속하게 처리되기만 한다면, 그리고 십일조만 꼬박꼬박 납부한다면야 이 정도 일은 덮어둬도 좋을 정도다. 인류의 생사를 걸고 끝 없는 투쟁을 벌이는 시대에『누가 총독이냐』하는 일은 아주 사소한, 새끼 손가락의 손톱이 잘려나가는 정도 밖에 안되는 일인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이런 형식의 정권 교체는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다만, 괜히 휘말려서 반쯤 어거지로 공범이 되어야 하는 나로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아마도 자기들 딴에는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상황을 마무리 한다는게 내가 너무 일찍 도착한 나머지 일이 꼬인 것이겠지만. 우리 연대가 우연히 근처에 있었다는 것이 서로에게 불행이 된 셈이다. 내가 아니라 다른 호전적인 총독이 부임했다면 도대체 어쩔번 했나.

 "좋다. 반란군에 공문을 보내라.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로는 반란군은 모두 해산하고 반란에 참여한 영주들은 비무장으로 내게 찾아와 충성을 맹세해야하며, 둘째로 반란 수괴인 빌렘 1세의 시체는 화형한 후 그 유골을 제국에 보내야한다. 이 조건이 지켜진다면 그대들의 뜻에 따라 자비를 베풀도록 하겠다."
 "폐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실베루스는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안도의 한숨을 쉰 것 같았다.

 그로부터 이틀 후, 일곱명의 사람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여성이었고 여섯 명은 남성이었다. 모두 반란 영주였다. 두 명의 남성만이 늙었고 나머지는 모두 젊거나 어렸다. 심지어 몇 명은 소년이었다.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새 군주를 뵙습니다."
 "누가 대표인가?"

 검은 갑옷의 늙은이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저, 헤링겐의 영주 에드버트가 주군에게 자비를 구걸하러 왔습니다."
 "그대가 대표인가? 빌렘 1세의 뒤를 이은?"
 "그의 외할아버지입니다."

 그가 대답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영주와 그 후계자들이 죽었습니다. 저 또한 하나뿐인 자식을 잃은 불쌍한 늙은이입니다."

 그는 고개를 조아리며 간청했다.

 "저희 일곱 영지에는 후계가 없습니다. 어떤 영지는 새 영주가 성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루리스탄은 영주와 그 자식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데, 부디 자비를 베풀어 저희가 가문만은 이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전 총독은 무능하고 탐욕스러웠지만, 결투사(*3)로서의 재능 만큼은 상당했던 것 같다. 총독 관저로 습격해온 블렘 1세를 결투로 쓰러뜨리고, 격분해 달려든 그의 아들들마저 쓰러뜨린 후 세 명의 영주를 더 베고 힘이 다해 죽었다고 한다.

 그들 모두가 거듭 고개를 조아렸다.

 "충성의 증표로 보낼 볼모조차 없습니다. 대신이라고 하긴 뻔뻔스럽지만, 빌렘 1세의 하나뿐인 혈육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하나뿐인 여성이 걸어나왔다. 그녀는 칠흙 같은 검은 생머리와 따뜻한 우윳빛 피부를 가진 여자였다. 흑옥 같은 맑은 눈동자에 슬픔을 가듬 담고서, 허리까지 늘어뜨린 머릿결은 발걸음에 맞춰 흔들거렸다. 아름다운 여자였다.

 "예프티나라고 합니다."

 나는 그녀의 붉은 입술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땔 수 없었다.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그녀에게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았다. 나는 넋을 놓을 뻔 했지만 이어진 에드버트의 말이 나를 제정신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좋은 여성입니다. 필시 폐하를 즐겁게 해드리겠지요."

 나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숙녀일텐데. 그대들이 지켜야 할 고귀한 여성이 아닌가?"
 "이미 한 번 더럽혀진 여자입니다."
 "목숨을 구걸하는 비겁자의 입에 걸맞는 더러운 이야기로군."

 아주 더럽기 짝이없는, 구역질이 나는 이야기였다. 이 여자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일어난 이들이 이제 와서는 제 편의에 따라 한 여자를 희생시키려 하고 있었다. 아주 대단한 기사도였다. 이들이 또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휘둘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말했다.

 "방금 그대의 말은 못들은 것으로 하겠다. 하지만 단 한 번 뿐이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입을 잘못 놀린다면 그에 걸맞는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이야기는 끝이다. 볼모는 없다. 그 누구도 처형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포로도 받지 않겠다. 각자의 영지로 돌아가서 이때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대들의 의무를 다하라."
 "하지만 폐하, 이것은 그녀가 자청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불복하는건가? 나는 볼모도 처벌도 없다고 했을텐데."
 "그렇다면 폐하."

 예프티나가 은장도를 뽑아들었다.

 "제게 남은 일은 스스로 죽는 것 뿐이로군요."
 "폐하, 이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의무 입니다."

 나로서는 봉건적 명예와 더럽혀진 처녀성의 관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허세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만의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해도 여성이 자결하도록 나둔다는 것이 나의 양심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볼모가 아니라 손님이라는 입장이라도 괜찮다면… 받아들이겠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1) 아인간 : Abhuman. 레틀링, 오그린과 같은, 인간으로서 공인된 돌연변이들을 말한다. 인류제국의 신민으로서 존재하는 아인간들에는 레틀링, 오그린, 비스트맨, 트로스, 나이트사이더 등이 가장 널리 알려진 종족이다.

*2) PDF : Planetary Defence Force. 행성 총독의 직할로서, 총독에 의해 모집되고 훈련되어 지휘 받는 군대를 뜻한다. PDF의 훈련도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카디아 내무위병단(Cadian Interior Guard)은 아바돈의

*3) 결투사 : 과학의 발달, 특히 방어구의 발달은 특이한 전쟁 양상을 가져왔다.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근접병기와 근접공격기술의 발달이다. 총과 같은 투사무기의 발달이 각종 보호장비를 뚫지 못하게 됨으로서 지상전에서는 잦은 근접전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다양한 근접병기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하거나 적의 사기를 낮추려는 목적에서든, 자신 스스로의 명예 때문에서든, 아니면 전술 혹은 전략적인 이유에서, 전장에서는 분대급 이상의 지휘관들 사이의 결투(Challenge)라는 것이 자주 행해진다.

 결투에서 승리하여 적 장교의 수급을 취했다면 자연히 아군의 사기는 높아지고 적병의 사기는 낮아진다. 또한 해당 전술단위(Unit)의 지휘관이 사라지기 때문에 적에게 지휘체계의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반대로 적이 결투를 거부하고 일반 병졸인척 부하의 사이로 숨게 된다면, 병졸인척하기 위해 부하를 지휘할 수 없으므로 해당 장교는 그 전투에 한 해 지도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얼핏 이해하기 힘들지 몰라도, 이런 합리적인 이유에서 외계인 사이에서든 인류 제국에서든 전장에서의 결투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4) 뾰족귀 : 엘다가 인간을 원숭이라는 뜻을 가진 몬카이 Mon-keigh라고 부르는 것처럼, 인간 사회에도 엘다를 경멸하는 칭호가 있다. 대개는 강한 경멸을 담아 외계종 Xenos라고 하지만 때떄로 뾰족귀 Keen Ears, 째진눈 Chink, 사기꾼 Liar, 앙상한 Scrawny, 비열한 Sneaker, 뚜쟁이 Poncy 등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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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주석은 창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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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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