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타니아에서는 예프티나가 초췌해진 모습으로 맞이했다. 그녀는 형식적인 인사만을 한 후 침묵했다.

 "갑자기 사라지셔서 그런거랍니다. 많이 놀라셨나봐요."

  데이지 하사가 귀뜸했다. 어쩔 수 없었다. 군인의 아내란 그런 법이었다.

  예프티나는 수척해보였고, 살이 빠졌으며,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건내야 할지 몰랐다. 내심 그녀가 아무말이나 해주기를, 차라리 화라도 내주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벽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총연과 포화 속을 누비는 것보다 한 여성에게 말을 건내는 것이 무서운 일이라니…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화가 많이 났소? 미안하고."
 "아니에요…."
 "내 사과하리다."
 "괜찮아요…."

  나는 그녀의 시선을 억지로 내게 돌렸다. 그녀는 약하게 저항했찌만, 결국 못이겨 나와 눈을 맞췄다.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그녀에게는 정략결혼이었을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단 한 명 뿐인 가족이었다.

 "울고 있었던거요? 나 때문에?"
 "아니에요… 안심이 되서 그런거에요."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출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연락은 해주세요."
 "너무 급한 일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오."
 "최소한 사람을 시켜서 이야기만이라도 남겨주세요."
 "그렇게 하리다."

  안심이 되었는지, 그녀는 시선을 들어 나를 똑바로 처다보았다.

 "약속하신거죠?"
 "물론이지."

  예프티나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부끄럽네요. 엉망인 꼴에다… 어린애처럼 굴다니."
 "부끄러울 것 없소.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거니까."

  그녀 얼굴의 홍조가 조금 더 짙어졌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을텐데… 괜찮겠소?"
 "안 괜찮다고하면 어쩌실건가요?"
 "안아줘야겠지."

  그녀는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오크라는 괴물들이 행성을 침공했소. 사납고, 잔인한 짐승들이지. 놈들 때문에 한동안 바쁠거요."
 "한동안 나가 있어야 하는 건가요?"
 "아마도."
 "당신은 뛰어난 군인이에요. 분명 기도 같은 건 필요 없겠죠. 하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고맙구려."
 "저기… 하지만, 병사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는 마세요."
 "가혹하게?"

  가혹함. 의외의 단어였다. 전투 이외의 것으로 부하들을 몰아붙인 적은 없었다.

 "몇몇 병사들이 그러던데, 훈련이 너무 지나치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마치… 자신들이 소모품 같다고……."

  아마 신병들에게서 나온 이야기인 것 같았다. 충분히 나올법한 불평이었다. 충분한 훈련을 시킬 시간이 부족했기에 강행군을 시켰다. 그러고도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고, 병사로서 써먹을 수 없었기에 병사 대용품으로 써먹을 수 밖에 없었다. 소모품이라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주변을 둘러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새겨들으리다. 오크들을 물리치고 나면."

  그녀는 말을 멈추고 타오르는 벽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녀를 무척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신병들은 전차를 방어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전차의 앞에서 줄지어 인간방벽을 펼치고 적의 근접을 맨몸으로 막아내는 역할이다. 제국의 가장 기본적인 교리이고…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전술이기도 했다. 징집병의 대체품은 얼마든 찾을 수 있지만, 전차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 만약 그녀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경멸 할 것인가? 나로서는 짐작 할 수 없었다.

'Warhammer 40k' 카테고리의 다른 글

[Eagle in the Mist] Chapter 3-1  (0) 2016.07.31
[Eagle in the Mist] Chapter 2-1  (0) 2016.07.24
[Eagle in the Mist] Chapter 1-4  (0) 2016.07.23
[Eagle in the Mist] Chapter 1-3  (1) 2016.04.25
[Eagle in the Mist] Chapter 1-2  (0) 2016.04.25
Posted by 아크리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