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가 지났다.


  추격대를 편성하고, 항공정찰을 통해 적을 쫓았지만 오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영주들이 농노 차출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을 무렵 북쪽 지방의 유목민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크고 난폭한 녹색 괴물에게 쫓겨났다며 보호를 요청했다. 나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남자들을 징집했다. 의심한 여지도 없었다. 괴물의 정체는 오크였다. 비슷한 시기에 슈미츠 중위의 추격대로부터 연락이 들어왔다. 오크들이 유목민들을 닥치는대로 습격하고 있으며 일부 오크가 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군사회의를 열었다..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다. 오크들이 총으로 무장하기 시작한 듯 하다."

 "금속을 구한 겁니까?"


  아케이가 손을 들었다.


 "유목민들의 농기구를 강탈한 듯 하다. 놈들은 소규모 제대로 나뉘어 어둠을 틈타 이동하고 유목민들을 습격하는 중이다. 놈들에게 영리한 지도자가 있는게 분명해."

 "더 많은 금속을 얻기 전에 막아야겠군요."

 "놈들의 지휘관의 행동 방식을 봤을 때, 그 놈도 화력의 열세를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총화기를 충분히 모을 때까지 우리와의 교전을 회피하겠지. 놈들을 끌어낼만한 방법이 있는 사람 있나?"

 "일단 유목민들을 보호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콜베르 중위가 말했다.


 "먼저 금속 보급을 차단해야합니다."

 "이미 슈미츠 중위에게 피난 유도를 지시해뒀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족들로 나뉘어 있어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군."

 "헬퓨리 미사일로 폭격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밤에만 움직일 정도로 영악한 놈들이다. 오폭 우려도 있고, 야간의 안개 속에서는 쉽사리 발견되지 않을거다."

 "저희 소대가 요격 임무를 맡으면 안되겠습니까? 전차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겁니다."

 "반대로 매복에 걸려서 전차를 잃을 수도 있지. 이 놈들은 우리가 상대하던 오크와는 다르다."


  콜베르 중위는 불만이 있는 듯 했지만, 아무 반론도 하지 않았다.


  다른 의견은 없는가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라는 말을 들었으니 이야기를 꺼낼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아케이, 신병 훈련 진척은 어떤가?"

 "일주일, 아니, 적어도 사흘은 더 주셨으면 합니다."

 "좋아. 그렇다면 닷새 뒤에 우리도 추격대와 합류한다. 중대 모두 피난 유도를 할테니, 그때까지 군장을 준비하고 충분히 휴식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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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전이 끝나고, 내가 제 3983 유격대에서 임페리얼 가드로 재편 될 적의 일이다. 갑자기 임페리얼 가드에 소속되었다고 내가 갑자기 가드맨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연대에는 재 훈련을 위해 카디아에서 군사고문단이 파견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아케이를 만났다.


  기술적으로 아득하게 앞서나간 군대의 훈련방식도 재래식 군대와 다를바 없었다. 훈련소에서 배운 것들은 뛰고 구르고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법, 목숨을 버리고 적을 죽이는 방법이었다. 그런 것은 1년 간의 전쟁으로 이미 익숙해졌다. 우리는 맨손으로 적의 초인과 맞서야 했으니까. 전방부대는 라스 병기가 지급되기도 했다지만, 우리 유격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라스건 사격 교육 만은 특별히 인상 깊었었다.


 "오늘 일과는 제식 장비 교육이랜다."


  소대장은 그 말만 하고 나가버렸다. 자기네들끼리 뭔가 할 일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마음에 드는 소대장은 아니었다. 그는 연대에서는 정말 드물게, 전쟁 경험이 없는 햇병아리였다. 아버지의 힘으로 군복무를 회피했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징집된 케이스였다. 카디안 군정은 예전 권력자를 그다지 배려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소대장은 학위 만은 높았기 때문에 비어있는 초급장교 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어째 멍청한 놈들만 살아남았다.


  중대가 전부 모여 대기하고 있으니 처음 보는 사람이 왔다. 전체- 차렷! 하고 1소대 1분대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병사들은 반사적으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는 체격이 좋다기 보다는 뚱뚱했으며, 숱이 얼마 없는 머리 아래로 까무잡잡한 얼굴에 흉터와 주름이 가득으며, 카디아 패턴의 전투복 위로 방호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다들 알겠지? 사실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한 달 후에는 얼굴을 다시 마주할 일도 없을 테니 이름을 몰라도 문제없지."


  그는 병사 중 한 명을 가리켰다.


 "어이, 거기 너. 라스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하지만 병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굉장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라스건을 집어들었다.


 "이건 칸트렉스 패턴 라스건이다. 가드맨의 가장 표준적인 무장이면서도 네놈들의 목숨보다 소중한 물건이다. 그냥 간단하게 목숨이라고 생각해라. 라스건이 망가지면 총살이니까.

  기본적으로 라스건은 여러가지 패턴이 있지만 모두 동일한 구조를 바탕으로 약간의 변경점 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동일한 파워팩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파워팩 하나당 2000발을 사격할 수 있지. 네놈들의 저열한 문명 수준을 생각하면 이런 병기를 들게 되는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이 중 절반 이상은 남은 인생 동안 한 탄창 들이 2000발을 전부 다 쏴보지도 못 할 거다.

  자,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저길 봐라."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모래주머니가 있었다. 마치 성벽이라도 만드려는 듯 서너겹으로 두껍게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교관이 시선을 보내자 녹색 눈에 의안을 한 카디아 병사가 소총을 들고 주머니를 조준했다.


 "지금 이 녀석이 들고 있는 것은 K 뭐시긴 거시긴가 하는 네놈들 구식 소총이다. 좋아, 사격 개시."

 "사격 개시!"


  병사가 방아쇠를 당기자 소총이 불을 뿜었다. K-16 소총은(*1) 무시당한 울분이라도 토하듯 풀 오토로 30발의 불꽃을 토해내고서야 멈췄다.

  사격이 끝나고 병사가 모래주머니 하나를 들고 왔다. 주머니 한 쪽에서는 횡하니 뚫린 구멍으로 모래가 질질 새어나오고 있었다. 교관은 모래주머니를 받아들고 앞뒤를 뒤집어가며 보여주었다.


 "이 케이 뭐시기 소총은 이런 모래주머니 하나 제대로 관통하지 못했다."

 "이건 두 번째 열에 있던 포대입니다, 원사님."

 "그럼 하나는 관통했군. 포대는 두껍게 쌓아뒀나, 타디스?"

 "예, 그렇습니다. 10열로 쌓아뒀으니 마음것 갈기셔도 됩니다."

 "좋군. 자, 그럼 이 맹꽁이 놈들아 눈 똑똑히 뜨고 잘 봐라!"


 교관은 라스건의 개머리판을 옆구리에 끼고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륵거리는 낮은 소리와 함께 짙은 이온 냄새가 났다. 라스건의 총구에서 수십 줄기의 레이저가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포대 주머니에 명중했다. 모래 포대는 비명을 지르며 펑펑 터져나갔다. 새까맣게 탄 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앞 열의 병사에게까지 모래가 튕 정도였다. 교관이 백 수발을 쏘고 나자 모래포대로 된 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병사가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병사들에게 교관은 약간 으시대며 말했다.


 "봤나? 이게 진짜 총이라는거다."


  그것이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데바의 신병 훈련소에서 신병들을 교육하는 교관, 조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때의 기억이 현재의 모습에 겹쳤다. 레퍼토리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같아서 웃음까지 나왔다. 킥킥 거리는 내 모습을 아케이가 물끄러미 처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옛날 생각?"

 "훈련소 말이야."

 "아아…"

 "저거, 자네가 가르친거지?"


  아케이가 머쓱한 듯 살짝 웃었다.


 "그거야 뭐… 그나저나 좀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직접 봤잖나."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아케이의 말투가 바꼈다. 병사들 앞에서는 부하로서 철저히 존대했지만 사적인 공간에서는 친구였다.


 "이제야 사격법을 배우고 있어. 게다가 부대 적응 기간도 없이 작전에 투입되는거야. 솔직히 말해 머릿수 채우기 이상의 의미는 없을걸세."

 "적어도 유목민들의 백병전 능력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들었는데."

 "오크 상대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있겠지…. 있어야겠지."


  나조차도 놀랄 만큼 차가운 음성이 나왔다.


 "필요하다면 말이야."
 "버리는 말로 쓰려는건가?"


  아케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건 아니야. 징집병들은 내가 직접 지휘할걸세."

 "승산이 얼마 없다고 보는건가?"

 "그럴리가 있나? 우리는 전차와 건쉽으로 무장하고 있고 놈들은 맨손이지. 하지만 놈들이 더 많은 금속류를 구하기 시작한다면야… 점점 힘들어지겠지."

 "부담스럽나? 중대 지휘관이라는게?"


  임페리얼 가드의 중대는 경우에 따라서는 10여개 이상의 소대, 4천명 이상의 군인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군사집단이었다. 그 위에는 대대나 사단이 없어 바로 단독 작전이 가능한 최소 전술 단위로 취급되는 만큼 중대장의 권한은 매우 막강했다.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것보단 총독으로서의 책임이 부담스러웠다. 임시직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전투를 앞두고 그런 사실을 털어놓기도 괜히 뭐해서, "아니야. 괜찮네. 평소대로만 한다면 별 문제 없을거야." 라고 답했다. 아케이는 살짝 웃으며 "아무렴."하고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1) K-16 오토 라이플 :  K-16 오토 라이플은 오토건의 일종이다. 65발 들이 탄창을 사용하고 구형 화약식 추진체를 사용하여 탄환을 날려보내며, 신뢰성은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대다수의 오토건에 비해 월등하지만 그 성능은 조잡하기 그지 없다. 코어 3의 병사들은 제국에 편입되기 전까지 오토 라이플을 기본 장비로 사용했었다.


 

Range

S

 AP

Type 

K-16 Auto-Rifle

 24"

2

-

Assaul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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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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