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가 지났다.


  추격대를 편성하고, 항공정찰을 통해 적을 쫓았지만 오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영주들이 농노 차출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을 무렵 북쪽 지방의 유목민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크고 난폭한 녹색 괴물에게 쫓겨났다며 보호를 요청했다. 나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남자들을 징집했다. 의심한 여지도 없었다. 괴물의 정체는 오크였다. 비슷한 시기에 슈미츠 중위의 추격대로부터 연락이 들어왔다. 오크들이 유목민들을 닥치는대로 습격하고 있으며 일부 오크가 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군사회의를 열었다..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다. 오크들이 총으로 무장하기 시작한 듯 하다."

 "금속을 구한 겁니까?"


  아케이가 손을 들었다.


 "유목민들의 농기구를 강탈한 듯 하다. 놈들은 소규모 제대로 나뉘어 어둠을 틈타 이동하고 유목민들을 습격하는 중이다. 놈들에게 영리한 지도자가 있는게 분명해."

 "더 많은 금속을 얻기 전에 막아야겠군요."

 "놈들의 지휘관의 행동 방식을 봤을 때, 그 놈도 화력의 열세를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총화기를 충분히 모을 때까지 우리와의 교전을 회피하겠지. 놈들을 끌어낼만한 방법이 있는 사람 있나?"

 "일단 유목민들을 보호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콜베르 중위가 말했다.


 "먼저 금속 보급을 차단해야합니다."

 "이미 슈미츠 중위에게 피난 유도를 지시해뒀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족들로 나뉘어 있어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군."

 "헬퓨리 미사일로 폭격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밤에만 움직일 정도로 영악한 놈들이다. 오폭 우려도 있고, 야간의 안개 속에서는 쉽사리 발견되지 않을거다."

 "저희 소대가 요격 임무를 맡으면 안되겠습니까? 전차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겁니다."

 "반대로 매복에 걸려서 전차를 잃을 수도 있지. 이 놈들은 우리가 상대하던 오크와는 다르다."


  콜베르 중위는 불만이 있는 듯 했지만, 아무 반론도 하지 않았다.


  다른 의견은 없는가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라는 말을 들었으니 이야기를 꺼낼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아케이, 신병 훈련 진척은 어떤가?"

 "일주일, 아니, 적어도 사흘은 더 주셨으면 합니다."

 "좋아. 그렇다면 닷새 뒤에 우리도 추격대와 합류한다. 중대 모두 피난 유도를 할테니, 그때까지 군장을 준비하고 충분히 휴식하도록."


------------------------


  내전이 끝나고, 내가 제 3983 유격대에서 임페리얼 가드로 재편 될 적의 일이다. 갑자기 임페리얼 가드에 소속되었다고 내가 갑자기 가드맨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연대에는 재 훈련을 위해 카디아에서 군사고문단이 파견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아케이를 만났다.


  기술적으로 아득하게 앞서나간 군대의 훈련방식도 재래식 군대와 다를바 없었다. 훈련소에서 배운 것들은 뛰고 구르고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법, 목숨을 버리고 적을 죽이는 방법이었다. 그런 것은 1년 간의 전쟁으로 이미 익숙해졌다. 우리는 맨손으로 적의 초인과 맞서야 했으니까. 전방부대는 라스 병기가 지급되기도 했다지만, 우리 유격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라스건 사격 교육 만은 특별히 인상 깊었었다.


 "오늘 일과는 제식 장비 교육이랜다."


  소대장은 그 말만 하고 나가버렸다. 자기네들끼리 뭔가 할 일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마음에 드는 소대장은 아니었다. 그는 연대에서는 정말 드물게, 전쟁 경험이 없는 햇병아리였다. 아버지의 힘으로 군복무를 회피했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징집된 케이스였다. 카디안 군정은 예전 권력자를 그다지 배려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소대장은 학위 만은 높았기 때문에 비어있는 초급장교 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어째 멍청한 놈들만 살아남았다.


  중대가 전부 모여 대기하고 있으니 처음 보는 사람이 왔다. 전체- 차렷! 하고 1소대 1분대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병사들은 반사적으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는 체격이 좋다기 보다는 뚱뚱했으며, 숱이 얼마 없는 머리 아래로 까무잡잡한 얼굴에 흉터와 주름이 가득으며, 카디아 패턴의 전투복 위로 방호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다들 알겠지? 사실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한 달 후에는 얼굴을 다시 마주할 일도 없을 테니 이름을 몰라도 문제없지."


  그는 병사 중 한 명을 가리켰다.


 "어이, 거기 너. 라스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하지만 병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굉장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라스건을 집어들었다.


 "이건 칸트렉스 패턴 라스건이다. 가드맨의 가장 표준적인 무장이면서도 네놈들의 목숨보다 소중한 물건이다. 그냥 간단하게 목숨이라고 생각해라. 라스건이 망가지면 총살이니까.

  기본적으로 라스건은 여러가지 패턴이 있지만 모두 동일한 구조를 바탕으로 약간의 변경점 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동일한 파워팩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파워팩 하나당 2000발을 사격할 수 있지. 네놈들의 저열한 문명 수준을 생각하면 이런 병기를 들게 되는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이 중 절반 이상은 남은 인생 동안 한 탄창 들이 2000발을 전부 다 쏴보지도 못 할 거다.

  자,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저길 봐라."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모래주머니가 있었다. 마치 성벽이라도 만드려는 듯 서너겹으로 두껍게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교관이 시선을 보내자 녹색 눈에 의안을 한 카디아 병사가 소총을 들고 주머니를 조준했다.


 "지금 이 녀석이 들고 있는 것은 K 뭐시긴 거시긴가 하는 네놈들 구식 소총이다. 좋아, 사격 개시."

 "사격 개시!"


  병사가 방아쇠를 당기자 소총이 불을 뿜었다. K-16 소총은(*1) 무시당한 울분이라도 토하듯 풀 오토로 30발의 불꽃을 토해내고서야 멈췄다.

  사격이 끝나고 병사가 모래주머니 하나를 들고 왔다. 주머니 한 쪽에서는 횡하니 뚫린 구멍으로 모래가 질질 새어나오고 있었다. 교관은 모래주머니를 받아들고 앞뒤를 뒤집어가며 보여주었다.


 "이 케이 뭐시기 소총은 이런 모래주머니 하나 제대로 관통하지 못했다."

 "이건 두 번째 열에 있던 포대입니다, 원사님."

 "그럼 하나는 관통했군. 포대는 두껍게 쌓아뒀나, 타디스?"

 "예, 그렇습니다. 10열로 쌓아뒀으니 마음것 갈기셔도 됩니다."

 "좋군. 자, 그럼 이 맹꽁이 놈들아 눈 똑똑히 뜨고 잘 봐라!"


 교관은 라스건의 개머리판을 옆구리에 끼고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륵거리는 낮은 소리와 함께 짙은 이온 냄새가 났다. 라스건의 총구에서 수십 줄기의 레이저가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포대 주머니에 명중했다. 모래 포대는 비명을 지르며 펑펑 터져나갔다. 새까맣게 탄 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앞 열의 병사에게까지 모래가 튕 정도였다. 교관이 백 수발을 쏘고 나자 모래포대로 된 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병사가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병사들에게 교관은 약간 으시대며 말했다.


 "봤나? 이게 진짜 총이라는거다."


  그것이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데바의 신병 훈련소에서 신병들을 교육하는 교관, 조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때의 기억이 현재의 모습에 겹쳤다. 레퍼토리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같아서 웃음까지 나왔다. 킥킥 거리는 내 모습을 아케이가 물끄러미 처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옛날 생각?"

 "훈련소 말이야."

 "아아…"

 "저거, 자네가 가르친거지?"


  아케이가 머쓱한 듯 살짝 웃었다.


 "그거야 뭐… 그나저나 좀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직접 봤잖나."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아케이의 말투가 바꼈다. 병사들 앞에서는 부하로서 철저히 존대했지만 사적인 공간에서는 친구였다.


 "이제야 사격법을 배우고 있어. 게다가 부대 적응 기간도 없이 작전에 투입되는거야. 솔직히 말해 머릿수 채우기 이상의 의미는 없을걸세."

 "적어도 유목민들의 백병전 능력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들었는데."

 "오크 상대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있겠지…. 있어야겠지."


  나조차도 놀랄 만큼 차가운 음성이 나왔다.


 "필요하다면 말이야."
 "버리는 말로 쓰려는건가?"


  아케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건 아니야. 징집병들은 내가 직접 지휘할걸세."

 "승산이 얼마 없다고 보는건가?"

 "그럴리가 있나? 우리는 전차와 건쉽으로 무장하고 있고 놈들은 맨손이지. 하지만 놈들이 더 많은 금속류를 구하기 시작한다면야… 점점 힘들어지겠지."

 "부담스럽나? 중대 지휘관이라는게?"


  임페리얼 가드의 중대는 경우에 따라서는 10여개 이상의 소대, 4천명 이상의 군인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군사집단이었다. 그 위에는 대대나 사단이 없어 바로 단독 작전이 가능한 최소 전술 단위로 취급되는 만큼 중대장의 권한은 매우 막강했다.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것보단 총독으로서의 책임이 부담스러웠다. 임시직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전투를 앞두고 그런 사실을 털어놓기도 괜히 뭐해서, "아니야. 괜찮네. 평소대로만 한다면 별 문제 없을거야." 라고 답했다. 아케이는 살짝 웃으며 "아무렴."하고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1) K-16 오토 라이플 :  K-16 오토 라이플은 오토건의 일종이다. 65발 들이 탄창을 사용하고 구형 화약식 추진체를 사용하여 탄환을 날려보내며, 신뢰성은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대다수의 오토건에 비해 월등하지만 그 성능은 조잡하기 그지 없다. 코어 3의 병사들은 제국에 편입되기 전까지 오토 라이플을 기본 장비로 사용했었다.


 

Range

S

 AP

Type 

K-16 Auto-Rifle

 24"

2

-

Assaul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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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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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타니아에서는 예프티나가 초췌해진 모습으로 맞이했다. 그녀는 형식적인 인사만을 한 후 침묵했다.

 "갑자기 사라지셔서 그런거랍니다. 많이 놀라셨나봐요."

  데이지 하사가 귀뜸했다. 어쩔 수 없었다. 군인의 아내란 그런 법이었다.

  예프티나는 수척해보였고, 살이 빠졌으며,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건내야 할지 몰랐다. 내심 그녀가 아무말이나 해주기를, 차라리 화라도 내주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벽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총연과 포화 속을 누비는 것보다 한 여성에게 말을 건내는 것이 무서운 일이라니…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화가 많이 났소? 미안하고."
 "아니에요…."
 "내 사과하리다."
 "괜찮아요…."

  나는 그녀의 시선을 억지로 내게 돌렸다. 그녀는 약하게 저항했찌만, 결국 못이겨 나와 눈을 맞췄다.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그녀에게는 정략결혼이었을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단 한 명 뿐인 가족이었다.

 "울고 있었던거요? 나 때문에?"
 "아니에요… 안심이 되서 그런거에요."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출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연락은 해주세요."
 "너무 급한 일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오."
 "최소한 사람을 시켜서 이야기만이라도 남겨주세요."
 "그렇게 하리다."

  안심이 되었는지, 그녀는 시선을 들어 나를 똑바로 처다보았다.

 "약속하신거죠?"
 "물론이지."

  예프티나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부끄럽네요. 엉망인 꼴에다… 어린애처럼 굴다니."
 "부끄러울 것 없소.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거니까."

  그녀 얼굴의 홍조가 조금 더 짙어졌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을텐데… 괜찮겠소?"
 "안 괜찮다고하면 어쩌실건가요?"
 "안아줘야겠지."

  그녀는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오크라는 괴물들이 행성을 침공했소. 사납고, 잔인한 짐승들이지. 놈들 때문에 한동안 바쁠거요."
 "한동안 나가 있어야 하는 건가요?"
 "아마도."
 "당신은 뛰어난 군인이에요. 분명 기도 같은 건 필요 없겠죠. 하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고맙구려."
 "저기… 하지만, 병사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는 마세요."
 "가혹하게?"

  가혹함. 의외의 단어였다. 전투 이외의 것으로 부하들을 몰아붙인 적은 없었다.

 "몇몇 병사들이 그러던데, 훈련이 너무 지나치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마치… 자신들이 소모품 같다고……."

  아마 신병들에게서 나온 이야기인 것 같았다. 충분히 나올법한 불평이었다. 충분한 훈련을 시킬 시간이 부족했기에 강행군을 시켰다. 그러고도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고, 병사로서 써먹을 수 없었기에 병사 대용품으로 써먹을 수 밖에 없었다. 소모품이라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주변을 둘러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새겨들으리다. 오크들을 물리치고 나면."

  그녀는 말을 멈추고 타오르는 벽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녀를 무척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신병들은 전차를 방어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전차의 앞에서 줄지어 인간방벽을 펼치고 적의 근접을 맨몸으로 막아내는 역할이다. 제국의 가장 기본적인 교리이고…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전술이기도 했다. 징집병의 대체품은 얼마든 찾을 수 있지만, 전차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 만약 그녀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경멸 할 것인가? 나로서는 짐작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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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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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바는 워낙 따뜻한 행성이다보니 1년에 최대 5건까지 수확이 가능했다. 문제는 지력 소모가 크다는 것이었다. 루시타니에서는 이를 비료수입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서르탄은 나무와 돌로 만든 농기구를 쓰고 흑요성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이었기에 비료를 사용하더라도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 흙을 깊게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지력이 고갈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이른바 유목 농경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부족별로 몇달에 한번 걸쳐서 식량과 광석 등을 마치고 철제 농기구를 받아갔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라서르탄 특유의 매끈매끈하면서 단단한 비늘 피부를 가진 남성들이 인사를 올렸다. 노르스 부족의 사절이었다. 이들은 냉혈 인간으로서 행성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사절단은 각종 조공을 바치며 신년 인사를 올렸다. 나또한 그들과 의례적인 인사로 답하고 선물을 하사했다. 그렇게 형식적인 대화가 끝나자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신기한 동물을 잡게 되어 가지고 왔습니다."
 "신기한 동물?"
 "네, 보면 놀라실겁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우리에 넣은 동물을 자랑했다.

  그것은 뾰족한 이가 듬성듬성 나있고, 우락부락한 근육에, 덩치가 크며, 단단한 골격을 가지고, 인간이라면 죽었을법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음에도 기묘한 문법의 언어로 시종일관 주변을 위협해대는 녹색 피부의 외계인이었다.

 "그린스킨(Greenskin)!"

  나는 정말로 놀라서 소리쳤다.

 "이 짐승을 생포했다고?"
 "예, 마을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것을 잡았습니다. 세 마리가 있었는데 둘은 죽어버렸지요."
 "잘했네. 하지만 앞으로는 보이는대로 다 죽여버리고 불태우도록 하게."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나는 이들을 치하하고 상을 줘 돌려보낸 후 오크를 심문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오크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오크의 저능한 두뇌는 심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더러 고통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굳이 살려둘 이유도 없었다. 결국 알아낸 점은 오크 주둔지의 위치와 오크의 우두머리의 이름이 "그락 라그"라는 것 정도 뿐이었다.

  오크들은 항상 무리지어 행동하며, 오크 하나가 발견되면 그 주변에는 수백 이상이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기에 아군 정찰대가 숲 속에 숨겨진 오크 부락을 쉽사리 발견한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정찰대가 수집해온 정보에는 오크의 위치와 수 뿐만 아니라 대략적인 무장상태 등이 있었다.

 "역시나 장비가 아주 원시적이군요. 페럴 오크 같습니다, 각하."

  슈미츠 중위의 말에 아케이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민간인이 오크를 생보하다니… 총화기도 없는데 말이야."
 "데바가 철기를 구하기 힘든 행성이어서 오크의 무장도 빈약한 듯 합니다."

  데이지는 나의 비서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최근 그녀는 행정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맨손이어도 오크는 오크야. 2천 씩이나 있으면 위험하다는데는 변함이 없다."
 "중대장님 말씀대로입니다. 하지만 대체 이렇게 많은 무리가 어디서 왔을까요? 행성에 오크가 있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이지."

  내 말에 아케이가 수긍했다.

 "한 가지 더 다행인 점은 사이커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 적어도 아직은 말입니다."

  데이지가 우리의 유일한 사이커를 바라보았다. 아스트로패스는 창백한 얼굴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눈이 멀었기에 시력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무엇이 어떻든, 그의 관심은 회의장 밖의 다른 곳에 있는 듯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

 "아케이. 병사들의 모집과 훈련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훈련생 1기는 이제 신병으로 써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새로 모은 훈련병은 고작 15명입니다."
 "처음부터 있던 PDF 병력은?"
 "원대 복귀한 탈영병까지 합해서 113명 밖에 안됩니다. 연이은 패배로 사기도 낮고, 치안유지의 핵심인지라 전력으로 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쪽은 신병을 포함해도 보병만 250명 정도. 저쪽은 맨손의 오크 1천 이상. 이 병력으로는 행성 전역은 커녕 거점 방어만으로도 빠듯한 인원이었다.

 "중대장님, 본대에서 지원을 받을 수는 없겠습니까?"
 "무리인 것 알잖아. 본대도 본대 나름의 임무가 있고, 적대환경장비가 부족하다. 설령 지원이 온다고 해도 그 즈음에는 오크의 수가 몇배로 더 늘어나 있을거야."
 "그렇다면, 강제 징병을 건의드립니다. 자원병 모집 만으로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일리있는 말이었다. 루시타니아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노들은 영주들에게 묶여있는 처지이기에 훨신 조건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입대를 할 수 없었다. 또한 데바는 풍요로운 행성이었으므로 유목민과 자영농에게 입대는 별반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었따. 나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기에 몇차례 협조 공문을 보내었다. 하지만 영주들은 노동력 부족을 핑계로 대었고 아직 내전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행성에서는 나 또한 이들에게 강경하게 나설 수 없었다.

 "일단 영주들에게 한번 더 사정을 설명해두겠다. 사병을 얼마 정도 빌릴 수 있겠지."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됩니다."
 "나도 알고 있네. 일단은 기다려보게."
 "저, 중대장님."

  데이지가 손을 들었다.

 "임시로 용병을 고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용병을? 이런 변방의 농업 행성(Rural Planet)까지 올 만한 용병이 있겠나? 설마 엘다 같은 외계인들을 고용하자는 것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퇴역군인이나 로그 트레이더(*1)를 말하는겁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콘스탄틴 슈미츠 중위가 콧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돈을 위해 싸우는 족속들은 위험할 뿐더러 믿을 수가 없습니다. 통제 불가능한 아군은 적군보다 골치 아플겁니다. 특히나 로그 트레이더는 더욱 그렇죠."
 "용병들이 모이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겁니다."
 "지불하는 금액도 상당할 겁니다."

  다른 카디아 장교들도 반대였다.

 "저로서는 징병을 추천드립니다만, 용병이든 뭐든 일단 예비병력을 채울 수 있다면 찬성입니다."
 "대개의 용병들은 전직 군인들이니만큼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해고하면 될일입니다."

  아케이와 데이지는 찬성이었다. 회의 결과 간부들 간의 찬반이 딱 절반으로 갈리게 되어 결국 나의 결정에 달리게 되었다.

 "로그 트레이더는 안된다. 너무 위험해. 인간 용병에 한정해서 구해보도록."
 "옛!"

  나는 용병을 고용한다는 공고를 내었다. 한편으로는 오크에 대한 위력 정찰을 실시하였다. 이 임무에는 예리코 하사의 레틀링 분대와 2소대를 투입했다. 2소대는 코어-3에서 신병이 다수 충원되었기에 인원 면에서 여유가 있었고 신병들은 전투경험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이곳 루시타니아에서 최북단으로 올라가면 내 아내의 영지인 루리스탄이 있었다. 루리스탄 북쪽 산맥을 두르는 긴 장벽의 이름은 아드리안 성벽이었는데, 거기서 더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간 곳에 오크의 근거지가 위치하고 있엇다. 2소대원들은 선전 목적으로 연대기와 소대기를 과시하며 도로를 따라 루리스탄까지 진군했다.
 
  그 후에는 산맥을 타고 올라가 곧장 오크 근거지로 이동했다. 워낙 요란하게 이동했기 때문에 오크들 입장에서도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다. 돌창과 독침 등으로 무장한 오크 100여 마리가 응전하기 위해 나왔다. 2소대가 56명이었으니 그 2배가 넘는 숫자인 셈이었다. 오크들은 꾀를 내어 삼면에서 협공하고자 했다. 인간은 오크보다 육체적으로 약하니 어떻게든 근접해서 끝장내고자 하는 셈이었다. 물론 그런 움직임은 한발 앞서 침투한 예리코 분대에 의해 보고되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 오크들에게는 은밀 행동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이동 간에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녀석들을 무리의 대장이 두들겨 패서 입을 다물게 했던 것이었다.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었지만 이때까지 내가 봐온 오크 중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예리코 분대의 저격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저격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2) 열 발 중에 단 한 발 만이 유효타를 냈고, 나머지 탄환은 오크의 단단한 몸통을 뚫지 못하고 찰과상 정도만 냈다. 하지만 예리코 분대의 정확한 사격이 해당 무리를 이끄는 놉(Nob *3)의 대갈통을 연달아 두 번 두들겼기 때문에, 화가 난 오크 대장은 본래의 작전을 잊어버리고 날뛰기 시작했다. 예리코 분대는 거리를 벌리면서 연달아 사격했다.

  두번째 사격은 더욱 성공적이었다. 두 마리의 오크가 쓰러졌고, 화가 나서 괴성을 지르는 놉의 앞니에 튕겨, 탄도가 바뀐 총알이 그대로 녹색 외계종의 입천장을 관통했다. 오른 쪽 안구를 통과해 뇌를 그대로 헤집은 탄환에는 스마일 표시가 새겨져 있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예리코의 것이었다.

 "아주 아주 멋져. 이건 그냥 훈장감이군."

  예리코는 총몸에 입맞춤을 하고는 저격 위치를 옮겼다.

  분대장이 사라진 오크 무리는 명령을 내릴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면서 예리코 분대의 유도대로 끌려다니다가 전선을 이탈했다. 전투가 끝난 후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훈장을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2소대는 압도적인 화력의 폭풍으로 적을 쓸어버리는데 성공했다. 여러 물리로 나뉜 오크들은 유탄 발사기와 미사일의 화염 속에 각개격파 당했다. 일부 오크들이 근접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대부분 화염방사기의 프로메슘 광염 앞에 먼지도 남기지 못했다. 일부 분대는 백병전을 벌여야 했지만 오크들의 수가 충분히 줄어 있었기에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식은 죽 먹기로군요."

  데이지가 말했다. 그녀는 나와 함께, 키메라 장갑병력수송차량이 보내주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렇지도 않아. 세 배 정도의 적을 상대로 접근을 허용했다. 놈들의 계획대로 포위당했더라면 박살난 쪽은 2소대가 되었겠지."

  적어도 나의 판단으로는, 오크 무리의 총 지휘관은 매우 영리한 녀석임이 틀림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크의 규율잡힌 모습과 전술적인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었다. 크게 우려할만한 일이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데이지 하사는 내가 지나친 생각을 한다고 여기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다소의 피해를 입더라도 적을 조기에 박살내는 것이 좋다고 결론 내렸다. 오크는 포자 번식을 한다. 한 마리만 살아있어도 몇주 후에는 군락이 하나 형성된다. 아무리 원시병기가 없더라도 머리를 쓸 줄 아는 지휘관과 오크의 번식력이 합해진다면 통제 불가능한 재난이 일어날 것이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이었다. 나는 방침을 바꾸어 영주들에게 위기 상황임을 알리고 농노의 10%를 보내라고 명령했다. 징발된 농노들은 아케이의 1소대가 훈련시킬 것이었다. 또한 본대에는 군수지원을 요청했다. 병사들의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면 일부 신병들은 냉병기를 들고 싸워야 할 것이었다.

  오크와의 정면 충돌을 예상했기 때문에, 2소대는 아드리안 성벽으로 후퇴했다. 2소대가 방어시설을 정비하는 동안 신병 훈련과 치안 유지를 담당할 1소대를 제외한 전 병력을 이끌고 나섰다. 놈들이 평범한 오크들과 사고 방식을 공유한다면, 패배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었다. 그 전에 2소대와 합류해야했다.

  벤돌란드 기계화 부대와 카디안 전차대는 산악지대에서 활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적어도 방어전에서의 토치카 용도라면 큰 전력이 될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제대로 된 인사 한 통 남기지 못한 채로 허겁지겁 출발했다. 차량은 최대 속력으로 달렸고 차량으로 수송하지 못한 보병은 벤데타가 왕복하며 날랐다. 최대한 서둘렀지만, 마지막 병사가 도착했을 무렵에는 해가 저문지 오래였다.

  뜨겁ㄱ게 내리쬐던 햇볕이 사라지면서 지표면에 있던 수증가기 더 이상 증발하지 않고 대기로 퍼졌다. 낮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욱한 안개 덕에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었다. 차량에 부착된 강력한 탐조등마저 오래된 손전등 수준의 빛 밖에 내지 못했다. 이런 날씨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데바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기습에는 최적의 조건이었고, 적의 습격을 예상하더라도 방어할 도리가 없었다.

  그날 밤은 부하들에게 경계의 필요성을 철저히 당부했다. 병사들 모두가 언제든 적에게 대응할 수 있도록 무기를 지닌 채로 선잠을 잤다. 경계조는 바싹 긴장해서 경계를 선 것은 당연하다.

 "각하께서도 슬슬 주무시는게 어떻습니까?"
 "나도… 자야지."

  괜시리 요새 곳곳을 순찰하는 나를 보다 못한 슘미츠 중위가 말했다. 그는 막 분대를 이끌고 야간 순찰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러프라이더 분대는 험지에서 정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에 다른 이들보다 더 무리시키고 있었다.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개굴개굴개굴. 안개 속에서 이름 모를 양서류의 울음소리가 울려왔다. 탐조등이 장착되어 빛을 토해내는, 안개 속의 아드리안 성벽의 성탑은 마치 눈에서 불을 뿜는 거인 같았다.

 "어쩐지… 뭔가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우일겁니다. 아무리 많아봐야 비무장의 오크들입니다. 고작 돌맹이를 들고 뭘 하겠습니까."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의 말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하였다. 슈미츠 중위를 배웅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오크의 공격을 막아내고, 화력을 동원해 단번에 궤멸 시킨다면 당분간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백병전 상황만 피한다면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요는 이 밤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오크 주둔지 근방에 매복시킨 레틀링들이 놈들의 이동을 감지해줄 것이다. 경계도 충분하다.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측의 일방적인 학살이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겨우 잠에 들었다. 다시 잠에서 깼을 때는 해가 뜨고 안개가 옅어진 채였다.

 "습격은?"
 "없었습니다."

  소집된 장교들은 잠을 제대로 못잔 탓인지 피로해보였다.

 "오크는?"
 "아직 아무 징후가 없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틀링 쪽에서는 아무 연락 없나?"
 "예."
 "그렇다면 이쪽에서 먼저 친다. 슈미츠, 자네는 야간 순찰조와 함께 이곳을 지키며 휴식하게. 콜베르, 자네는 전차대를 이끌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오크 주둔지를 박살내버리도록. 내가 보병을 이끌고 엄호하도록 하겠다. 오크들을 근접시키지 않게 조심하게."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2소대와 함께 거점 방어로 돌려진 슈미츠 중위는 불만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군말 없이 각자 위치로 향했다. 카디안 기갑 소대와 벤돌란드 기계화병대가 먼저 떠났다. 제 85 벤돌란드 연대 출신의 베테랑 기계화 보병들은 정글전 경험도 어느 정도 있었다. 전차들을 지원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나는 신병들을 인솔하여 뒤늦게 출발했다.

  1시간 쯤 지나자 멀리서 포성이 울렸다. 아주 익숙한, 리만 러스 전차의 전차포 소리었다. 리만 러스 전차는 늑대왕처럼 포효하는가 싶더니 몇 차례 포성이 들린 후에는 그만 소리가 그쳐버렸다. 총성 하나 없이 고요한 것이 조용하다 못해 못 마땅할 정도였다. 침묵 속에서 정적 같은 불안감이 소리 없이 음습해올 무렵, 통신병이 내게 수화기를 건냈다.

 "제 17 전차소대입니다."
 "콜베르 중위? 무슨 일이지"
「대장님,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텅 비었습니다.」

  복스캐스터(Vox-Caster)를 통해 들리는 콜베르의 목소리는 김빠진 맥주 마냥 미적지근했다.

 "뭐라고?"
「오크들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이 근방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습니다.」
 "거기서 대기하라. 현장 보존하고."
「알겠습니다.」

  서둘러 도착한 오크의 근거지는 버려져 있었다. 전차에 의해 불타고 허물어진 건물 안팍으로 조잡한 허수아비들이 세워져 있었다.

 "보시다시피 사방팔방으로 달아났습니다."

  콜베르 중위가 바닥을 걷어찼다. 그의 말대로 땅바닥에는 사방으로 흩어진 발자국들이 보였다. 고작 한차례의 조우전으로 무리가 와해됐을리는 없다. 다툼이 일어났다면 우리가 몰랐을 리가 없고. 허수아비를 세워 눈속임을 눈속임을 시도할 정도로 영악한 놈들이다. 뭔가 꿍꿍이 속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혼비백산 한 걸까요? 아주 맥이 풀리는군요."
 "긴장 풀지마라 중위. 놈들의 수는 아직 우리보다 많아."

  콜베르 중위는 베테랑 카디안 장교다. 오크들이 이 정도에 겁먹고 도망칠 리가 없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그리고 놈들이 도주하건 말건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있다. 그렇지 않나?"
 "그 말씀대로입니다. 쫓아가서 다 죽여야겠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며칠 수색을 실시했음에도 아주 일부 오크 무리 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오크들은 여러 무리로 나뉘어 안개를 틈타 흩어진 듯 했다. 도시를 너무 오래 비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부대를 이끌고 돌아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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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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