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한 이유로 첫 번째 임무는 생각보다 빨리 떨어졌다. 총독은 워프 폭풍 기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이상 현상에 대비해 정찰활동을 강화해달라는 식으로 돌려서 이야기했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외부인들의 주둔기간이 늘어나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그 외에 높으신 분들의 사정이 합쳐져서 배키안 7연대는 중규모 적대적 움직임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위력정찰 임무를 맡게 되었다. 임무를 위해서 카이영이 속해있는 제 2소대가 차출되었다. 소대 공용화기반까지 포함해 200여명과 다수의 키메라, 카디안 패트롤 팀, 전차 소대를 동원한 대규모 위력정찰이었다. 심지어 중대장이 직접 지휘에 나섰다.

 모르톤 대령이 직접 나선 것은 로드 커미사르와의 알력 때문이었다. 작전하는 카디안 병사의 수를 늘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반면 로드 안드레아는 배키안 제 7연대를 신뢰하지 않았다. 배키안 7연대원들은 이미 반역자 스페이스 마린 혹은 워프의 악마들과 전투를 거친 베테랑들이었다. 하지만 오크의 싸움 방식은 정형화된 것이 아니고 이해할 수 없었으며 언제나 상식 밖이었다. 경험 없는 지휘관들이 과연 싸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는 자신이 어디까지나 참모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필요 이상의 조언은 하지 않았다. 불행히도, 그것만으로도 상급 장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는 충분했기에 상급 장교들은 커미사르들이 지휘권에 간섭을 한다고 느꼈다. 이유야 어쨌든, 지휘부의 속내를 모르는 병사들로서는 그저 긴장될 뿐이다.

 임무는 카시아눔을 거쳐서 지역 PDF인 클레엔테스의 원정군 주둔지를 통과해 남부일대를 정찰하는 장기 임무였다. 오크를 가장 처음으로 발견한 카밀루스의 아들 마르쿠스와 그의 백인대가 안내역으로서 합류하게 될 것이고, 그들과 함께 남쪽 지역을 20여 킬로미터 정도 정찰하는 것이 주 목표였다. 이미 클레엔테스 원정군은 카시아눔 남쪽 60여 킬로미터까지 진군하여 주둔지를 설치한 상태였다. 임무 내용을 짧게 브리핑하는 소대장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키메라의 진동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로드 커미사르는 소대장의 옆에 앉아 침묵하고 있었다. 푹 눌러쓴 모자와 거대한 제복 깃, 턱까지 가리는 카라페이스 아머의 목 보호대 때문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소대장이 말을 더듬으며 카디안 부대는 어디까지나 지원군이며 우리 2소대가 주력이다라고 강조하는 동안에도 로드 커미사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이오닉 아이만이 붉게 타오르며 빛날 뿐이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전투 속도로 달리는 키메라의 울림만이 남았다. 다른 차에서는 각기 졸거나 떠들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삼십분이 지났는지, 한 시간이 지났는지. 어색한 정적을 참지 못하고 깬 것은 카이영이었다.

 

소대장님, 슬슬 시간 됐습니다.”

시간?”

정기 통신 시간입니다.”

, 아아~ , 그렇지. !”

, 소대장님.”

 

 통신병인 귄이 대답했다.

 

하라고 하시면 해보긴 하겠는데, 제가 하는 거보단 그냥 키메라용 무전기로 해보는 게 나을 겁니다.”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분대장인 알빈란이 거들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소대장은 잠깐 당황했다.

 

일단 그냥 해봐. 안되면 저쪽에 부탁하면 되지.”

알겠습니다.”

 

 귄이 헬멧을 조작했다.

 

아아, 여기는 쑥국새 아빠, 여기는 쑥국새 아빠. 산호초 나오라고 알림. (여기는 1소대다, 중대 본부 응답 바란다.)”

여기는 산호초라고 알림. (중대 본부에서 받았다.)

지금부터 말미잘과 정기 통신에 들어가겠다고 알림. (지금부터 연대 본부와 정기 통신을 하겠다.)”

수신완료. (알겠다.)

아아, 여기는 쑥국새 아빠, 쑥국새 아빠. 말미잘 나오라고 알림. (여기는 1소대다, 연대 본부 응답 바란다.)”

「…」

아아, 말미잘, 말미잘. 여기는 쑥국새 아빠.”

「…」

말미잘 통사 나와라, 이상. (연대 본부 측 통신원 응답 바란다)”

「…」

 

 귄이 얼굴을 찡그렸다.

 

안 잡히냐?”

그게 말입니다, 분대장님. 컨택은 되는 거 같은데 DX가 강한지 잡음이 심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연결은 되는데 신호방해가 강한지 잡음이 심해서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시그널이 약한가? (신호가 약한가?)”

아마 그건.”

 

 무딘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들 얼어붙었다. 그러든 말든, 로드 커미사르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워프 폭풍 때문일 거다. 이제부터는 무전은 소용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소대장.”

, 그렇습니까?”

그렇네. 그것보다는 앞으로 몇 시간 정도 남았지?”

, . 도착예정까지 5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많이 남았군. 나는 눈 좀 붙일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깨우게.”

,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은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로드라는 칭호가 붙은 초 고위 장교가 매우 불편했던 것이다. 그것이 로드 커미사르의 배려라는 것을 모른 채, 소대원들은 작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을 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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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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