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는 장비교육과 정신교육, 전술훈련 등으로 끝났다. 분대장들은 따로 추가적인 전술교육을 받은 듯 하지만 카이영에게는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병사가 하는 일은 언제나 같다. 시키는 대로 따르고 지시받은 대로 행한다. 이유는 알 필요도 없고 일일이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건 카이영이 공화국군의 병사이든 제국의 가드맨이든 같았다. 명령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지금은 이렇게 총을 닦고 있지만 10분 후에는 참호에서 총을 견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놀 땐 부지런히 놀아야 했다.

라스건은 매우 가벼운 무기였다.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기관단총 정도의 무게 밖에 되지 않았다. 반동도 거의 없었고 구조에 익숙해질 때까지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라스건은 기본적인 구조는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화약 무기에 비해 정비가 간편했다. 모두들 이미 질릴 정도로 익숙해져서, 분해조립 정도는 30초 내로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는 작은 통신기인 마이크로 비드(Micro-Bead)나 화학전용 호흡기, 각종 수류탄과 야전 구급킷 등의 사용법을 익혔다.

 

 “제건 다 된 거 같습니다.”

 “너 그렇게 대충 닦다간 또 혼난다.”

 “에이 괜찮습니다. 어차피 새거 아닙니까. 대충 닦아도 됩니다.”

 

 젠킨스는 노란머리를 빡빡 깎은 활발한 사내였다. 매사를 대충대충하고 놀기를 좋아하고, , 이런 점은 카이영과 같지만 단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카이영은 적당적당히 하지만 젠킨스는 눈에 띌 정도로 매사를 대충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호불호가 확실하고 의사표시가 확실한 사나이였다. 대놓고 소대 지휘관들에게 적의를 표시할 정도였다.

 

 “안 괜찮아, 내가 혼난다고. 난 커미사르가 온다면 니가 제일 먼저 처형당할 줄 알았다.”

 “하라면 하라지요. 전 반납하고 오겠습니다. 병장님 것도 해드립니까?”

 “병장이 한둘이냐?”

 “에이-. 병장하면 부분대장님 밖에 없지요.”

 “, 일단 좀만 더 눈치를 볼까. 근데 너 어디 출신 이랬더라?”

 “13사단입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배키안 07연대는, 07연대 뿐만 아니라 배키안 연대는 모두 배키안 전역의 해산된 사단에서 병사들을 긁어모아서 창설되었다. 창설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부대 내부가 약간 느슨한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병사들의 실력은 이미 이전 내전에서 검증 되었을 터였다.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창설 초기라서 바빠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휘관들은 일단은 병사들을 풀어두고 있었다. 아마 후자일거라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솔직히 말해서, 쪼아대지만 않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병장님은 어딥니까?”

 “, 난 직할대라서 말해도 모를걸.”

 “어딥니까?”

 “93 정찰대.”

 “거기 특수부대 아닙니까?”

 “, 병장님이 말입니까?”

 

 함 일병이 끼어들었다.

 

 “봐라, 이런 말 들을까봐 안 한 거야.”

 “에이, 병장님 또 왜 이러신 답니까.”

 

 카이영이 눈을 흘기자 함이 헤시시 웃었다.

 

 “니가 날 우습게보니까 이런 거 아냐, 젠킨스. 헐이라니. 안 믿을 거면 왜 물어봤냐?”

 “에이, 믿습니다. 작전병이셨습니까?”

 “작전병이면 내가 이런데 있겠냐?”

 “그럼 운전병 아닙니까?”

 “그럼 운전하고 있겠지.”

 “! 알았다! 피엑스병 아닙니까?”

 “시끄럽고, 좀 흥분하지 마라.”

 

 침대 위에서 방방 뛰는 젠킨스에게, 카이영은 핀잔을 줬다.

 

 “병장님 병장님. 거기 특수부대 아닙니까?”

 “몰라, 임마.”

 “거기서 뭐 했습니까?”

 “이것저것.”

 “근데 왜 여기 왔습니까? 임페리얼 가드에는 특수부대 없답니까?”

 “모른다.”

 

 전의 부대, 그러니까 93정찰대에서는 카이영 만이 07연대로 배속되었다. 단 한 명이 부족했고, 재수 없게 카이영이 걸렸다. 그 뿐이다. 카이영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머릿수를 땜빵 할 보병이 필요했다. 그날부로 카이영의 보직은 정찰병에서 일반 보병으로 바뀌었다. 전 상관인 지역대장 - 여기 편제로 치면 중대장이 되는 은 제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의 영광스러움 따위를 역설하며 어차피 정찰대는 해체될 것이니 카이영이 먼저 가있을 뿐이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카이영에게 있어선 그저 모 부대(母 部隊)에서 버려졌을 뿐이었다.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했으니 해산될 때도 함께여야 하지 않겠는가? 카이영은 2년간 목숨 바쳐 봉사한 충성을 배신당한 것 같아 종종 우울해지곤 했다.

 새 총임에도 불구하고 이음새와 파워팩 삽입부, 총열 접합부를 몇 번이나 닦은 후, 병사들은 라스건을 무기고에 넣었다. 그 누구도 소문 무성한 즉결처형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직은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몇몇 눈에 띄기 좋아하는 병사들만이 허세를 부릴 뿐이었다.

 창밖으로는 차량 운용병들이 한창 정비 중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키메라 장갑차 사이로 카디안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배키안 연대의 전투병력 대부분은 준 문명화된 오션 월드인 하늘로부터의 기적출신의 전직 PDF(제국 사람들은 공화국군을 PDF라고 불렀다)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보병과는 다르게 특기병들의 교육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 공백을 카디아에서 파견된 병력들이 메꾸고 있었다. 키메라나 헬하운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기갑전력은 제 169 카디안 기갑연대에서 온 파견중대가 맡고 있었다. 배키안 연대가 07연대 하나는 아니니 다른 부대 출신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적어도 07연대에는 카디아 병사들 뿐이었다.

  카이영은 문득 고향이 그리워졌다. 이젠 영원히 돌아 갈 수 없는 그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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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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