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어김없이 어수선한 분위기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연병장에서는 2중대 250여명이 일제히 경례를 붙였다. 작전참모는 목소리를 높여 악을 써댔지만, 그의 말을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떠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부동자세를 취한 채 다른 생각을 할 뿐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행성 하늘로부터의 기적의 겨울 아침은 매우 어두웠고 코앞의 사람조차 분간되지 않을 정도였다. 안개까지 낀 상황에서 서치라이트의 빛으로는 백여 명의 병사들이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조차 분간되지 않았다.

 카이영이 살을 에이는 찬바람이 버티기 힘들어졌을 무렵, 상황실에서 통신병이 달려 나왔다. 작전참모는 그의 속삭임을 듣고서야 긴 훈시를 멈췄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곧 로드 커미사르님을 포함한 신임 간부님들이 오신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타우록스 프라임의 부드럽고 낮은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절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전체 차렷!”

 

 로드 커미사르가 땅에 서자, 카이영은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푹 눌러쓴 모자 속에서 바이오닉 임플란트가 서치라이트를 반사해서 붉게 빛났고 검은 망토 속에는 강철 의수와 결합된 파워피스트가 육중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커미사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은 허리끈이 망토와 함께 바람에 날렸다. 너풀거리는 망토 사이로 수많은 훈장과 장식들이 반짝거렸다. 커미사르의 키는 이중에서 가장 작은 편이었지만, 그의 위압감은, 마치 이전 내전에서 만났던 죽음의 천사들을 떠오르게 하는 거대함이 있었다. 뒤 이어 내리는 중대장과 간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커미사르님께 경롓!”

 

 위압감에 눌린 것은 그 뿐이 아닌지, 1소대장이 쉰 목소리로 고함쳤다. 병사들이 일제히 경례했다. 로드 커미사르는 잠시 중대장을 바라보았지만, 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단상에 올랐다.

 

 “쉬어.”

 “전체 쉬엇!”

 

 무딘 쇠를 연상케 하는 굵은 저음이 들리자, 카이영은 스피커가 고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커미사르의 연설이 이어지자 그건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미사르의 입에서는 임플란트 특유의 기계음이 났다.

 

 “07 배키안 연대 제군들, 나는 커미사르 안드레아다. 만나서 반갑다.

 나는 제군들에게 임페리얼 가드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직도 낯설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제군들은 각지의 PDF로부터 모인 역전의 용사다. 나는 제군들의 전투기록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제군들의 전과는 나를 고무시켰다. 나뿐만 아니라 상급 사령부(High Command)는 제군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때문에 내가 여기 있다.

 제군들은 현재 사용하는 구식 병기들을 제국 표준 병기로 교체할 것이다. 카디아 출신의 중대 고문들이 사용법 숙지를 도울 것이다. 1달간의 교육 훈련 후, 제군들은 필요에 따라 다른 행성으로 파견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제군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도록해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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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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