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에게 오늘은 참으로 중요한 날이었다. 선거를 통해 알파리전이 5년 간 믿을 신이 결정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카오스 신 중에 믿을 만한건 젠취 뿐이었다. 너글은 똥 냄새나 풍기는 거렁뱅이었다. 입에서도 암내가 날게 분명했다. 슬라네쉬 파는 선거날이 다가오자 카오스 신 중에 가장 아름다운 신이라고 언플을 했다. 하지만 그 자식들인 키퍼 오브 시크릿이나 데모닛을 봐도 그런 말이 나올까? 코른? 그 병신 새끼? 코른의 추종자들은 머리에 똥만 든 병신들이었다. 대포 앞에 대가리를 들이대고 쏴주세요 하는 머저리들. 솔직히 말해서, 레이저포가 전장을 수 놓고 거대 로봇이 돌아다니며 하늘에서는 전함들이 우주세기를 찍는 미래 전쟁에서 도끼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 기병돌격을 한다는게 가당찮기나 한가? 코른 버서커? AP4짜리 도끼요??? 죄송하지만 테이블을 잘못 찾은건 아닌가요? 워해머 판타지는 저쪽인데요?

 아무튼 젠취파의 수장인 위버로서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슬라네쉬나 너글은 그래도 총을 쏠 줄 알았다. 하지만 코른 놈들에게 지휘권이 넘어갔다간 헬드레이크의 화염방사기부터 전함 대포마저 전부 충각으로 바뀔 것이 분명했다. 보나마나 포인트는 무조건 888로 고정될것이고. 그것 만은 막아야만 했다.


 "대장님, 거의 다왔습니다."

 "어, 그래. 늦지 않게 도착했군...?"


 위버는 자신도 모르게 말꼬리를 올렸다. 메탈 빡스에서 내린 위버의 눈 앞에 보인 것은 회의장을 둘러싸고 있는 빨간 갑옷들이었다. 머저리 같은 코른 버서커 놈들이 8열 종대로 방진을 짜고 회장 입구를 막고 있었다. 위버의 젠취파 뿐만 아니라 슬라네쉬나 너글파도 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너글 파인 늅늅이우스는 이미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놈들!"

 "무슨 짓이고 뭐고 못 지나간다!"


 코른 파의 수장 카파클라가 호탕하게 웃었다.


 "네 놈들 모두를 못 들어가게 한다면 이번 선거의 승리는 우리 것이다! 피의 신께 권력을! 해골 옥좌에 소중한 한표를! 우하하하하!"

 "이, 이 놈이!"

 "여기는 우리 셋이 반목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슬라네쉬 파인 지개기우스가 말했다.


 "이제 회의가 2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저놈들 비킬 것 같지가 않다. 힘을 합쳐서 저 무식한 새끼들부터 뚫자."

 "나는 동의한다."


 늅늅이우스가 각종 화학병기를 만지작 거리면서 말했다. 위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세 명은 싸움의 혼란을 틈타서 뒤통수를 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모두 쳐라!"

 "와라! 회의장에 가고 싶다면 나를 쓰려뜨려라! 하하하하하! 돌격!"


 한 시간에 걸친 혈투가 끝나고, 회의장 문 앞은 시체만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뒤통수를 친 것은 젠취파였다. 전투가 시작한지 30분이 지나자 위버의 사이커들이 자폭을 하거나 오인사격을 했던 것이다. 젠취파가 소환한 플레이머 오브 젠취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코른파에게는 6+ 인불을 주고 너글과 슬라네쉬의 추종자를 태워댔다. 위버는 리더쉽 테스트 실패나 패릴, 스캐터 미스를 핑계로 댔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리더쉽 10에 피어리스인 사우전드 선이 리더쉽 테스트 실패라는게 가당키나 한가? 물론 사실이었어도 안 믿었겠지만.

 열 받은 늅늅이우스의 블라이트 수류탄(역병 수류탄)이 전선 한 복판에서 터졌다. 무차별 팀킬에 코른이고 슬라네쉬고 할 것 없이 고통스러워하며 썩어들어갔다. 심지어 너글파마저 사망자가 나왔다. 너글의 썩는 땀내마저 극복한 그들이었지만, 너글의 축복을 받은 구더기나 각종 시체처리 곤충들이 살을 뜯는데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젠취파는 다구리를 맞아서 전멸한지 오래였다.

 하지만 전투의 승리자는 슬라네쉬었다. 소개팅을 주선해준다는 말에 각 파벌의 2중대장이 포섭당했던 것이다. 전투가 중반에 들어가자 코른과 너글 파의 2중대는 배신을 때리고 제일 먼저 파벌의 우두머리의 모가지를 따버렸다. 물론 젠취파벌은 전멸한지 오래였다. 결국 살아남은 슬라네쉬파와 배신자들이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당당하게 회의장에 입성했다. 물론 꼬라지는 패잔병이 따로 없었다. 어떤 녀석은 투구가 사라졌는가 하면, 어떤 녀석은 갑옷이 걸레가 되었고, 팔이나 다리가 사라진 녀석도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모두들 잘했다. 섹스 전사들이여. 민나 후후... 민나 섹스다! 섹스섹스! 섹스!"


 아무튼 승리한 지개기우스가 의장석에 올라가 당당하게 외쳤다.


 "그럼 올해 우리 알파리전이 믿는 신은 슬라네쉬로 결정하겠다!"


 지개기우스가 의사봉을 두드리자 슬라네쉬 파가 함성을 질렀다.


 "잠깐! 나는 반대다!"


 코른파의 2중대장 카파클이 말했다.


 "뭐? 소개팅 받기 싫은거냐? 상관없다! 너희가 투표 안해도 우리가 이긴다."

 "나와 우리 애들은 젠취에 투표하겠다."

 "뭐라고?"

 "나는 사실 위버다!"

 "니가 위버면 나는 알파리우스다!"

 "자, 봐라!"


 카파클이 헬멧을 벗자 젠취파의 수장인 위버의 얼굴이 드러났다.


 "저 놈은 사기다! 내가 진짜 위버다!"


 너글파의 2중대장인 카이러스가 헬멧을 벗었다. 이 녀석도 위버의 얼굴이 드러났다.


 "사실 나도 위버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위버다!"

 "나도다!"

 "나도!"

 "이쪽도 있다!"

 "여기도 있다!"

 "내가 진짜 위버다!"

 "나는 알파리우스다!"

 "나는 오메곤이다!"

 "나는 황제다!"

 "저기 멧와드다!"

 "얘도 위버다!"

 "우리 엄마도 위버다!"


 지개기우스가 소리질렀다.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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