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死にたまふことなかれ

한국어로 번역하면 '님이여, 죽지 말지어다.' 정도로 되는 이 만화는「드래그 온 드라군」「니어 리플리칸트」로 유명한 요코 타로 원작에「크로노 크루세이드」의 작가 모리야마 다이스케가 작화를 맡은 신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발되지 않은 만화...에 대해 평을 남기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워낙 뜨거운 감자인 듯하여 저도 한마디 남기고자 합니다.

 

그대여 죽지 말지어다 같은 경우에는 일본의 여류작가 요사노 아카코의 반전시의 제목으로 쓰인 것이 최초입니다. 1차 대전 당시 종군하던 동생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적에서 쓰여진 이 시는 '그 천황조차 스스로 싸우지 않는데, 승패야 어쨋든 살아서 돌아와라.'는 내용입니다.

 

이 시가 발표되자 처음에는 비국민, 반역시 등으로 몰리며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만, 현재는 일본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인정받은 시이며,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 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시입니다. 이미 이 만화가 연재되기 전에도 샹그리라의 오프닝 테마곡, 사쿠라 대전 2의 부제, 문호 스트레이 독스의 능력명 등에서 패러디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만화가 유독 논란에 휩사인 이유는 다른 패러디들이 그저 이 시의 이미지를 끌어 왔을 뿐이거나 우회적이고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면, 이 만화는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만화 원작자 나름대로 재해석으로 하여 충격적인 전개로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단의 스캔 이미지는 이 만화의 첫페이지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도검을 패용한 미소년, 미소녀들이 무차별 총격에 끝없이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뇌수를 흩뿌리며 처참한 모습으로요. 원작자는 전쟁의 처참함을 강조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살아있는 인간이 고깃덩이로 변모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지나치게 강조합니다.

 

그리고 총포를 사용하는 현대식 군대를 상대로 방탄복도 없이 검만을 든 일본인들이 파견되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가... 라는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해 만화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1.세계적인 분쟁이 일어났다.

2.유엔은 이에 대해 개입을 결정.

3.일본은 돈으로 참전을 회피하려 했으나 UN 가입국에게 참전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4.하지만 일본 헌법은 무장한 군사조직의 보유 및 군사조직과 준군사조직의 파병을 금지.

5.그러면 무장하지 않은 군인을 파병하면 되잖아? -> 초능력자 학도병을 파병하자!

 

이것만 해도 충분히 막장입니다만, 니어 레플리칸트의 요코 타로 답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상단의 페이지는 2화의 내용 일부입니다.

오른쪽부터,

"부대는 게릴라에게 공격당해 발이 묶인 것 같습니다."

"부대로부터 연락은?"

"위성 통신을 통해 구원요청이 옵니다, 하지만...."

"하지만 지원군은 보내지 않을거지?"

"네." "좋군."

"그들이 NGO로 파견된 이상, 일본정부는 자위대를 파견할 수 없다."

"국내외로 비난받게 되면 프로젝트의 존속이 어려워진다."

"그들은 '개인적인 자원활동'으로서 간 셈인거고 그걸로 끝이다."

"현지의 학생들은 어떻게하고?"

"미군으로부터 인도적인 지원 제의를 받았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

입니다.

 

일본정부는 고등학생 학도병을 파병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군 일부(혹은 자위대 일부)를 외국인 의용병 형태로 파병했으며, 이들이 전멸위기에 처하되자 가차없이 버립니다. 고등학생 초능력 학도병들(그리고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미군의 지원을 통해 철수시키기로 결정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미군과의 랑데뷰 포인트로 집결하자 미공군의 폭격으로 전원 쓸어버립니다.

그리고 요사노 아카코의 반전시「그대여, 죽지말지어다」를 주인공이 읊조리며 만화의 2화가 끝납니다.

 

이것이 우익만화이냐 반전만화이냐를 놓고 논란이 거셉니다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내용만을 놓고 봤을때 이는 명백한 우익만화라고 봅니다. 오히려 반전만화의 탈을 썼기에 더욱 혐오스럽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우익만화입니다.

 

표면적으로 이 만화는

1.고등학생들이 타인의 의도에 의해 불합리한 전투에 투입된다.

2.이 불합리로 인해 처참하게 학살당한다.

3.그러므로 전쟁은 혐오스럽기 그지없다.

 

라는 논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1.고등학생이 불합리한 상황에 몰린 것은 말도 안되는 평화헌법과 이를 강요한 선진국 때문

2.고등학생을 학살한 것은 평화유지군(미국)

3.너희 영미 귀축들은 역겹기 그지없다

 

라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요.

물론 저는 원작자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으로서 의도는 그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작가의 의도가 어떻든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플룻 구성이 원작자가 원하는 반전(反戰)이라는 메세지보다는 반미 반평화헌법이라는 메세지에 더 적합해보입니다.

 

이후에 내용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사이코패스 주인공을 볼때 어떤 전개로 가든 반전 만화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내용이 워낙 막장이라 결말을 얼마나 개막장으로 끝낼지가 참 기대되네요.

 

물론, 내용을 볼때 절대 국내서점에서 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마치 1차대전때는 반전시를 써서 유명해졌지만 2차대전이 되자 황군을 찬양하며 전쟁에 나갈 것을 적극 장려한 요사노 아카코를 보는 것 같네요.

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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