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산맥 너머의 깊은 골짜기. 안개 낀 대지 위로 재가 섞인 검은 웅덩이가 곳곳에 고여있고, 요새의 폐허 군데군데에는 꺼지지 않는 유황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매캐한 지옥의 냄새는 배고픈 들개무리조차 쫓아버렸고 겁먹은 까마귀들은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패배한, 상처입어 쓰러진 용사들의 시체는, 배신당한 희망을 눈동자에 가득 담았고. 다시오지 않을 내일, 그리고 부서진 무구와 병기의 잔해 사이로 쓰라린 패배의 상흔을 가슴 깊이 새긴 늙은 군인 한 명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때로는 그 옅은 존재감마저 잃으면서, 그저 앉아있을 뿐이었다.

 

어디선가 세 명의 거인들이 나타났다. 황제의 위대한 전령, 인간-신의 아들들이며 인류의 수호자이자 죽음의 천사인 그들은 자신들이 선발대로서 정찰 임무를 받고 왔노라 밝히고, 운 좋은 가드맨에게 이 지역에 주둔해 있어 마땅할 방위 연대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운 좋은 가드맨. 그 말을 들은 노병의 눈에 일순 뜨거운 무언가가 스쳐갔다. 노인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담담하게, 새로운 전설이 될지도 모르는, 은하 절반을 가로질러 변방까지 온 황제의 종복들과 최후의 쌍두 독수리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Posted by 아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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